강론 두레박

[군종] 나눔과 사랑의 실천

松竹/김철이 2011. 6. 24. 20:44

[군종] 나눔과 사랑의 실천/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이정재 신부)

 

 

얼마 전 주일 미사 때, 두 병사가 성체를 모시러 나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말에 아무 대답 없이 그저 멍하니 저를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표정만 봐도 세례를 받지 않고 성체를 모시려는 장난끼가 발동한 병사라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한 미사에서 두 명이나 세례도 받지 않고 그냥 성체를 모시려고 했기에 순간 화가 났습니다. 두 병사를 앞에다 세워 놓았습니다. 영성체 후 기도를 바친 후 공지사항 시간에 따끔하게 혼을 내 줄 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에 마음이 약해져서 혼을 내는 대신 성체를 모시는 것이 우리 신앙 안에서 어떤 것이며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설명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님의 몸을 모시기 위해 오늘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이 얼마나 많은 준비와 노력을 했는지 모른다. 몇몇 사람들은 장난으로 이 모습을 바라볼 수 있지만 몇몇 사람들에게는 이 영성체가 삶의 모든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아무리 철이 없고 모른다고 하더라도 영성체를 가지고 장난스럽게 행동하면 절대로 안 될 것이다. 신앙인들에게 성체성사는 삶의 전부다. 신부님을 봐서라도 다시는 성당에서 이런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
진지하게 얘기했더니 병사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듯 하였습니다. 이 젊은 병사들이 그날의 일을 통해 영성체 예식이 얼마나 중요하고 거룩한 예식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인 오늘 우리가 날마다 거행하는 성체성사의 의미를 다시금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시러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것은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몸을 내어 주셨던 예수님을 기억하며 우리도 아무런 주저함 없이 주님이 주시는 고통과 시련을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이 될 것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시며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하고 말씀하십니다. 받아먹으라고 내어 주시는 빵은 바로 주님께서 주시는 당신의 몸입니다. 성 토마스의 성체 찬미가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사랑깊은 펠리칸, 주 예수님, 당신 피로 저를 씻어주소서.”

프랑스의 시인 알프레드 뮈세는 ‘5월의 밤’이라는 시로 유명합니다. 그 시에는 어미새 펠리칸이 등장합니다. 어미새 펠리칸은 갓 낳은 굶주린 새끼들을 해변에 놓아두고 먹이를 구하러 여행을 갑니다. 그러나 오랜 여행에도 어미새는 먹이를 구하지 못하고 돌아오고 맙니다. 여행에 지친 어미새 펠리칸은 굶주리고 있는 새끼들에게 돌아와 자신의 목을 흔들면서 늘어진 날개 속으로 새끼들을 포옹합니다. 그리고는 해변에 누운 채 자신의 심장을 새끼들에게 먹이로 내어 놓습니다. 어미새의 심장과 내장이 새끼들의 입으로 사라지기도 전에 어미새는 숨을 거두고 맙니다. 이 시에 나오는 펠리칸이라는 새는 실제로 새끼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죽어갈 때, 자기의 부리로 가슴을 쪼아 그 피로 새끼들을 먹여 살리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펠리칸 새는 예수님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신 사랑, 그래서 성 토마스 성체찬미가에 ‘사랑깊은 펠리칸, 주 예수님’이라는 기도문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인 오늘, 당신의 목숨마저도 우리를 위해 내어 놓으신 예수님의 사랑을 묵상하며 다음 말씀을 기억합시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성체성사를 통하여 절대적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신 예수님을 본받아 우리도 참된 의미의 나눔과 사랑을 삶에서 실천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