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두레박

[마산] 예수님은 엄청 뚱뚱하신가 봐요?

松竹/김철이 2011. 6. 24. 20:41

[마산] 예수님은 엄청 뚱뚱하신가 봐요?/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이성현 신부)

 

 

찬미 예수님!

제가 사목하고 있는 진주 가좌동 성당은 생긴 지 채 1년이 안 되는 성당이라 무엇이든지 ‘최초’ 또는 ‘첫’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이번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에 본당에서는 ‘첫’ 첫영성체를 할 목적으로 9명의 아이들이 첫영성체 교리를 하고 있지요. 저는 아이들이 첫영성체 준비를 통해 변해 가는 것을 보면서 ‘요 조그만 것들이 이제 조금씩 신앙인이 되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주요 기도문을 외우지 못하면 첫영성체를 못한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니 심각한 표정으로 기도문을 외우는 모습 속에서, 평소 어린이 미사 때는 그렇게 떠들더니 요즘 평일 미사 때는 두 손을 모으고 미사에 열중하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첫’ 본당 신부로써 느끼는 은총과 기쁨이 더욱 커져갑니다.

얼마 전 첫영성체 교리를 받던 꼬마 친구가 미사를 마치고 와서는 대뜸 제게 묻습니다. “신부님! 예수님은 엄청 뚱뚱하신가 봐요?” 제가 놀라서 “아니, 그게 무슨 말이니?”하고 되물으니, 하는 말이 “예수님은 맨날맨날 영성체 할 때마다 예수님 몸을 우리한테 나눠주시자나요. 그런데도 또 살이 남아 있으신거 보면 엄청 뚱뚱하신 것 같아요.” 저는 크게 웃으며 그런 것 같다고 맞장구를 치고서 가만 생각해 보니 그 꼬마 녀석이 기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정말 첫영성체를 통해 하느님께서 아이들에게 큰 은총을 내려주시는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전례력으로 연중 제13주일이면서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이고 교황주일을 지냅니다. 요한 복음사가는 오늘 복음을 통해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물론 이것을 들은 유다인들은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하고 시비를 걸지요. 하지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그 살은 단지 인간의 육신(肉身)만을 이야기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살”은 인간의 기쁨과 슬픔, 가능성과 나약함을 포함하는 인간 실체를 이루는 모든 것, 당신의 전부를 바쳐 인간을 사랑하신 구원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지요. 그래서 성체성사는 단지 성체를 모시는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체성사를 살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예수님께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고 하신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수난, 십자가의 승리의 가치를 깨닫고 하느님과의 일치의 삶과 사랑의 나눔을 우리 안에 머물게 하라는 부탁이신지 모릅니다. 우리 안에 욕심과 이기심, 나쁜 마음으로 가득 차 예수님께서 머무실 자리가 없도록 해 놓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씀인지도 모릅니다.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라는 말씀처럼 우리가 순수하고 맑게 신앙하는 길은 성체성사를 통해 예수님과 하나되고, 그분과의 일치를 통하여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말씀과 사랑을 삶에서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특별히 교황주일을 맞아 자신을 내어놓고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위해 봉사하시는 교황님의 영육간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며, 한 주간 넉넉하신 주님의 사랑과 은총이 우리 안에 가득하기를 정성을 다해 청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