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인정머리 없는 놈/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김현배 신부)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도대체 어느 신이 자기 몸을 일용할 양식으로 내어준단 말입니까? 오히려 인간의 공양까지 받지 않습니까? 우리도 아브라함의 이사악의 봉헌에서 인신 공양의 흔적
을 봅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친히 제물을 마련하셨습니다. ‘야훼 이레, 주님의 산에서 마련된다.’(창세 22,14) 그처럼 오늘 이 세상에서 고생하는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서 친히 마련하셨습니다. 그것도 당신의 사랑하시는 외아드님의 몸을 믿는
이들의 일용할 음식으로 준비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셨다.”(요한 3,16) 하느님은 이 세상 모든 이들을 너무나 사랑하신 끝에 당신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인간에게 내주셨습니다. 우리가 무엇이기에, 도대체 인간이 무엇이기에 하느님께서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그만큼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해 아낌없이 내어주신 주님은 이미 최후 만찬의 식탁에서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를 위해 내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내주심은 단순히 2천 년 전에 끝난 행위가 아니라 오늘의 성체성사를 통해서 재현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주님은 우리에게 먹히십니다. 그렇게 우리가 먹어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기를 바라십니다. “내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요한 6,54) 그러시기에 어떤 조건도 없이 당신의 몸을 내어 주셨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따라서 미사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은 성체를 모실 수 있어야 합니다.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이라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11항은 선언했습니다. 우리 신앙생활은 성체성사에서 기인했고 또 성체성사는 우리 신앙인 삶의 전부입니다. 따라서 미사에 열심히 참
석만 해도 우리의 신앙은 자랄 수 있습니다. 말씀의 식탁은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배우는 학교입니다. 그리고 몸의 식탁을 통해 그리스도의 몸을 먹음으로써 하느님의 아들딸로 성장해 갑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사는 것처럼 이제 우리도 남에게 먹히고 남과 나누는 사람이 됩시다.
저는 어려서 제 입만 알고 동생들과 나누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저를 나무라셨습니다. “인정머리 없는 놈!” 우리도 제자들처럼 핑계를 대려고 합니다.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 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요한 6,7) 그러나 주님은 명하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 6,37) 며칠 전에 TV를 보니 탈북 여성이 죽은 동생 사진을 들여다보며 우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군대에서 먹지 못하고 일을 너무 많이 하다가 병이 나 죽었다고 합니다. 퍼주기 한 쌀이 군량미로 쓰
인다고 하는데 그 군대에 있었던 동생은 못 먹어 병들어 죽었다고 합니다. 어릴 때 들었던 어머니의 욕이 생각납니다. “인정머리 없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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