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두레박

[서울] 하늘은 어디에?

松竹/김철이 2011. 6. 4. 14:48

[서울] 하늘은 어디에?/고준석 신부(주님 승천 대축일)

 

 

 

오늘 우리들은 주님 승천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뒤 제자들이 보는 가운데 하늘로 올라가신 날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오르셨는데, 구름에 감싸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사도 1,9)라고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늘에 오르셨다고 했는데 예수님은 어디에 계시는 걸까요? 아니 하늘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늘! 하늘이 무엇일까? 하늘은 어디에 있을까? 땅에서 있는 사람한테 하늘은 머리 위에도 있고 오른편에도 있고 왼편에도 있고 앞에도 있고 뒤에도 있고 마침내 아래에도 있는 것이다. 지구가 둥글다면 하늘은 땅을 비롯하여 우리 모두를 감싸고 있다… 하늘은 어떤 형체를 갖추고 있지는 않아서 그냥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하늘이 없는 건 아니다. 있지만 마치 없는 것처럼 있는 것, 하늘은 그런 것이다.”

하늘에 대해 아주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면 하늘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곳에, 앞에 뒤에 위에 아래에 좌우에 온 세상 가득 찬모든 것의 안팎에서 우리를 감싸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시어 하늘로 오르셨다는 말은, 그러므로 우주선처럼 우주 하늘 위로 날아가셨다는 뜻이 아닙니다. 또한 그저 사람들이 거룩하다고 여기는, 머리 위 저 꼭대기 어딘가로 공간적인 장소를 이동하여 올라 가셨다는 뜻도 아닙니다. 하늘은 위의 인용문에서처럼 언제나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곳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늘에 오르셨다는 것은 이제 그분이 더 이상 때와 장소에 갇혀 계시지 않는 분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당신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신 겁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으로 오셨다가 다시 본모습으로 되돌아가신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마르 16,19)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늘에 오르신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언제 어디에서나 모든 사람이 만날 수 있는 그런 분이 되신 것입니다.

그렇듯 예수님이 오르셨던 하늘, 그 하늘나라 역시 어떤 장소나 시간적 개념이 아닙니다. 혹은 단순히 우리 마음 안에 있다는, 막연한 생각 속에 있는 피상적인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 하늘나라는 우리의 현실과 연결된 아주 구체적인 나라입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삶이 실천되는 곳에 하늘나라가 있으며 그곳에 예수님께서 살아 계십니다. 그리고 하늘나라는 주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우리 가운데 있는 그런 나라입니다. 우리 가운데라는 것은 우리가 함께할 때, 서로 미움과 증오를 버리고 서로에게 기쁨을 전하고 사랑을 전할 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