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두레박

[의정부]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

松竹/김철이 2011. 5. 21. 13:50

[의정부]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조원행 신부(부활 제5주일)

 

 

 

찬미 예수님!
시끄러웠던 봄꽃의 향연이 끝나고 이제는 차분하게 그 깊은 향기를 음미하는 봄의 한복판입니다. 나른해지는 봄의 오후가 급하기만 한 시간의 흐름을 여유로운 머무름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곧 따가운 햇살이 이런 봄의 여유로움을 사치스럽다고 치부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마음 한편으로 직감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상의 직감으로 우리는 많은 미래를 준비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과의 일상 삶을 영위하던 제자들은 놀라운 체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조건부로.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믿겠습니다.” 가슴이 메어질 정도로 답답해진 예수님이셨지만 다시 천천히 가르쳐 주십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당신을 통해서 그 원하던 하느님도 뵈올 수 있는 것이고, 당신 안에 이미 머무르시고 계시는 하느님도 알아볼 수 있는 것이고, 반드시 당신의 길을 따라 걸어야만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을 재차 삼차 자상하게 가르쳐 주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더 큰 위안의 말씀으로는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오로지 그분을 믿기만 하면, 그리고 그분의 길을 함께 걷기만 하면 모든 것을 다 알아서 처리해 주겠다는 철석같은 약속인 것입니다.

그분이 가시는 길은 바로 우리의 일상 삶입니다. 그 어떤 특별한 길도, 놀라운 체험의 길도, 또는 영화 같은 허황된 길도 아닌 그저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이 교차하는 우리의 일상 삶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당신의 일상 삶이셨던 갈릴래아로 가서 나를 기다리라 하신 말씀 그대로, 우리도 우리의 갈릴래아인 일상 삶 속에 함께 계셔주시는 예수님을 믿고 따를 때, 아버지의 집에 머무를 수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우리 중심에 두고, 그분의 뜻을 종종 물어보며, 동료들과 사랑을 나누고, 어려울 때는 힘들어하긴 하지만 결국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예민하게 귀기울이며 살아가는 삶, 그것이 우리의 일상 삶일 것입니다. 바로 우리의 길인 예수님이 그렇게 하셨듯이 말입니다. 다시 와서 우리를 데려다가 당신이 계신 곳에 같이 있게 하겠다고 약속해주시는 그 예수님이 바로 우리 곁에 이미 같이 계셔 주시는 우리의 일상은 이미 아버지의 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