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 松竹/김철이 -
하루 해도 다 피지 못할 것을
까만 밤을 하얗게 태워 한 줌의 재로 피어
긴 밤을 희게 성화시켜 붉게 사는 순교殉敎 성인처럼
한순간 보석이 되어 밝은 미소를 짓는다
외줄 타는 곡예사도 아니면서
일순간의 환희를 일구려
하룻밤 숱한 사연 뒤로 밀어내고
동창의 녹색 외줄을 탄다
여러 해 살고픈 심정 간절하나
대자연 큰 명령에 순명하여
한해살이 짧은 생애로 살다 그,
생에 대한 미련 다 버리지 못해
하루살이 긴 생명줄을 감아 올린다
먼 땅속 깊은 곳에 밤새 곤히 차던
생명수 두레박 하나 가지지 않고도
쉴 새 없이 끌어올려
새 아침의 희망으로 여린 가슴에 곱게 저미어
하루 역사의 일기장을 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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