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소식

성경속 상징/13-생명의 음료인 젖

松竹/김철이 2011. 4. 19. 18:50

진정한 삶으로 인도해주는 은총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지난 5월 중국 쓰촨(四川)성 대지진 당시 재해지역에서 갓난아기들에게 잇달아 젖을 물리는 여자 경찰의 모습이 언론에 보도돼 화제를 모았다.
 6개월 된 아들을 둔 이 여경은 자신의 아들은 고향 부모에게 맡기고 지진 피해현장에서 근무하던 중 이재민 엄마들이 경황이 없어 갓난아기에게 젖을 물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9명의 아기들에게 젖을 물렸다. 중국 네티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찰 엄마'라는 별칭을 붙여줄 정도로 감동했고 공안 당국은 이 여경을 파격 승진시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젖동냥'이란 것이 있었다. 남의 집으로 젖을 얻으러 다니는 일이었다. 지금은 분유 제품이 보편화돼 모유 없이도 젖먹이를 기를 수 있지만 과거에는 산모의 영양상태도 좋지 않았고 이유식 같은 다른 먹을거리 없이 모유로만 아이를 기를 때였으니 젖을 나눈다는 것은 생명을 나누는 일과도 같았을 것이다.
 젖은 아기들이 최초로 섭취하는 양분이므로 생명의 음료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 생명의 음료는 무엇보다도 우선 신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쌍둥이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로마를 세웠다는 건국신화는 유명한 이야기다. 고대 이집트의 문서나 그림에는 왕이 여신의 젖을 먹는 장면이 종종 묘사돼 나온다. 이것은 왕이 신들의 힘에 관계하는 상징적 의미를 띠게 된다. 이처럼 젖은 가족의 혈연관계, 모성을 상징한다.
 성경에서 젖과 꿀은 낙원을 상징한다. 또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하느님의 약속이 성취된 표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음식과 음료가 넘치는 땅이라는 의미도 있다(탈출 3,8).
 하느님과 예루살렘의 밀접한 관계와 구원을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로도 나타난다. "너희가 그 위로의 품에서 젖을 빨아 배부르리라. 너희가 그 영광스러운 가슴에서 젖을 먹어 흡족해지리라"(이사 66,11).
 젖을 아기들이 먹는데 착안해 신앙의 초보 단계를 상징하기도 했다. "나는 여러분에게 젖만 먹였을 뿐 단단한 음식은 먹이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지금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1코린 3,2).
 그리스도와의 친교, 구원, 해방, 진정한 삶으로 인도해주는 거룩한 은총의 상징으로도 발전한다. "갓난아이처럼 영적이고 순수한 젖을 갈망하십시오. 그러면 그것으로 자라나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1베드 2,2). 알렉산드리아의 교부 클레멘스는 베드로1서에 언급된 '순수한 젖'을 '하느님의 말씀' 혹은 '말씀이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젖'이라고 해석했다. 하느님의 말씀은 신도들의 거룩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초대교회는 부활절 전야 미사 때 새 영세자들에게 성찬식에서 젖과 꿀을 섞은 음료를 마시기도 했다. 이것은 그들이 하느님 자녀가 되었다는 표시였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성화와 석관에는 착한목자가 양들에게 젖을 마시게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 것에도 상징하는 의미가 많다.

▲ 젖은 아기들이 최초로 섭취하는 양분인 생명의 음료다. 사진은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에게 젖을 먹인 장소라고 전해지는 베들레헴 성모수유 석굴에 있는 성화. 【CNS 자료사진】

 

출처 : 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