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 松竹/김철이 -
추운 한 계절
산기슭 골짜기 희게 피던 눈꽃 아직 시들지 않았고
시린 한 시절
빈 나뭇가지마다 희게 차던 눈바람 아직 남아있건만
겨우내 추워 떨며
깊은 땅속 흙 알갱이 움켜쥐고 동면하던
고집 센 연초록 작은 잎새
그리 크지 않은 잎눈 크게 뜨고
노란빛 봄뜰 우러러 핀다
강남 갔던 제비도 아직 오지 않고
늦잠자던 개구리 연심 자는데
나도 바람꽃, 너도바람꽃
앞다투어 온 유월 더운 대지에 피어 구른다
굳은 땅 톱니로 썰고 썰다
흰색 작은 꽃자루 활짝 열고
녹색 작은 잎삼지 크게 열어
산지 숲풀 우거진 그늘에 동그란 미소가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