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 松竹 / 김철이 -
울고 웃는 인생사 기구한 사연들
낡은 양철지붕 처마밑 언저리 걸어두고
서민들 숱한 애환도 둘러앉은 걸상 위에
소중히 올려놓은 주막집 등불은,
술에 취한 듯 흔들대며 존다
오고 가는 걸쭉한 입담과 야담 속에
벽에 걸린 시계추 숨이 찬 다름질은
실망과 희망이 수없이 교차하는 내일을 향해 달려가고
무엇이 그렇게 웃게 하는 건지 등불은,
권커니 잦커니 술잔 속에 웃는다
객들 뒷치닥거리에 지친 주모는
허름한 나무의자 한 모퉁이 기우뚱 졸고
취객들 객기서린 소란은 새날이 밝는지도 모른 채
흔들리는 술잔과 술잔 속에 차고 등불은,
첫닭이 울기만 손꼽아 기다린다
걸쭉한 욕설과 큰 고함이 발도 없이 마구 뛰어다니고
이를 아는 듯 모르는 듯
이미 꿈길 저만치 달아나 버린 주모의 단잠은
끝도 없이 이승과 저승의 문턱을 넘나드는데 등불은,
수명을 다한 듯 깜빡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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