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설경
- 松竹 /김철이 -
바람은 아직도 찬데
표정조차 없는 새하얀 떡가루
가슴이 시릴 빈 나뭇가지 외로이 앉아 놀더니
어느새 시계추 다름질에 쫓겨 밀려난다
누구 하나 가라고 쫓아낸 것도 아닌데
이미 오래전 더운 온기조차 잃어버린 빈 들판에
소리도 작게 소복히 내려 쉬더니 이제,
다가 올 한 계절에 삐쳐 희게 달아난다
모든 것 부족한 시절 한가운데
넉넉한 이 마음이 되어
초대한 이도 없건만 새하얀 털옷처럼 땅에 내려 졸다가
향기조차 느낄 수 없을 흰 꽃으로 진다
이제 지면 언제 다시 또 필지 모르지만
바로 등 뒤에 두고온 시절에 대한 미련도 없이 이제,
눈앞에 다가 설 계절을 향한 소망이 존재하기에
어제 내린 잔설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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