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애상
- 松竹 / 김철이 -
흰 눈 내려 고운 날
털옷 입은 부엉이 쉰 목소리 곱게 다듬어
걸맞지 않은 낮의 애창 가를 불러 되지만
때 잃어 고향 찾지 못한 철새는
눈물이 나도록 새하얀 눈 위에 시린 발자국을 새긴다
부평초처럼 덧없이 흘러가 버린 세월에 대한 그리움인가…
이미 황갈색으로 퇴색해 참모습조차 찾을 길 없는
낙엽에 맺은 애잔한 정 잊지 못해
옷 뺏긴 가지는 불어올 잔바람에도 오금이 저리는데
제철 맞은 싸락눈은 한도 없이 재잘거린다
어디서 왔을까…
초대하지 않아도 때 잊지않고 찾아와
너른 벌판 떨고 섰는 뿌리깊은 나무들 가슴마다
소식도 없이 파고드는 찬서리 허세는 높아만 가는데
한 해 가을 즐기던 귀뚜리 한탄 섞인 한숨은 하늘을 찌른다
몇 달 며칠 빌어오던 어느 님의 기원인가…
또 다른 한 시절을 준비하며
논두렁 태우는 농부들 불길은
길잡이도 없이 하늘로 치솟는데
주인의 손길을 떠난 토양은 땅속 깊이 잠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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