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롱불
- 松竹 / 김철이 -
빗물을 한껏 머금은 하늘엔
울상이 되어버린 초생달 흰빛 눈물을 짙게 흘리고
야밤의 소야곡 지어 부르던 부엉이 노래는 더욱 짙어가는데
등불은 초라한 초가(草家) 좁은 안방 가득히 존다
불어오는 작은 바람에도 크게 흔들며
뒷단 밤을 지키던 수염 긴 옥수숫대 졸리는 실눈 뜨고
집 뒤 흐르는 샛강 소리 고요한 마을에 차는데
등불은 어느 집 사랑채 글 읽는 도령 무릎에 잔다
동지섣달 가슴 시린 계절풍은
추위에 떠는 나무들 다쳐가는 가슴을 더욱 헤집어 놓고
아닌 밤중에 하얗게 내리는 눈발은 까만 밤을 하얗게 수를 놓는데
등불은 대가(大家) 아낙네 바느질 바구니 속 깊이 논다
고향 잃은 철새들 슬픈 눈물은
잔바람에도 더욱 섧게 우는 갈대잎 어귀에 고드름으로 열고
밤하늘 수를 놓는 잔별들, 내일에 대한 얘기를 소근거리는데
등불은 시골집 여인네 다듬이질 소리에 하늘 높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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