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성심 대축일 가해. 2008. 5. 30.
제목: 예수 성심을 닮은 사제의 마음:
오늘은 예수 성심 대축일입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을 더욱 공경하며 그 마음을 본받고자 하는 날입니다. 성체성사와 연관되어 있기에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 다음 금요일에 지냅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사제들이 그리스도를 본받아 완전한 성덕으로 나아가게 하고자 해마다 이 축일을 ‘사제 성화의 날’로 지내고 있습니다. 대부분 6월 첫 주나 둘째 주 금요일인데 금년엔 부활대축일이 빨라서 5월 30일에 지내고 있습니다.
이하는 ‘참 소중한 당신’ 2008년 6월호, ‘예수 성심을 닮은 사제의 마음’이란 제하의 청주교구 장인찬 신부님의 글입니다. 6월은 특별히 예수 성심을 공경하는 '예수 성심 성월'입니다. 모든 분들께 예수 성심의 크신 사랑과 축복의 은혜가 풍성히 내리시길 축원합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은 끊임이 없는 지속적인 사랑입니다. 사람의 사랑은 세월이 흐르면 시들해지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 사랑은 변함이 없으며 계속되는 사랑입니다. 하느님 사랑은 또한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커지는 사랑입니다. 아버지 사랑은 아드님을 통하여 더 크게 드러났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 뜻에 순명하셔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대신 죄인인 우리들을 구원하시고 되살려 주셨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와 구세주 예수님의 사랑이 또한 성령을 통하여 더욱 깊고 크게 나타나셨습니다. 성령 안에서 모든 민족이 국경을 초월하여 구원의 문으로 들어가도록 이끌어 주시고, 날마다 깨끗하게 만들어 주시며, 우리 몸을 주님을 모시는 살아 있는 집으로 축복해 주십니다. 날마다 하느님의 이와 같은 지속적인 사랑, 더 커지는 사랑을 굳게 믿으며 희망을 갖고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주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예수 성심을 사랑하신 한 사제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다름 아닌 프랑스 아르스 본당의 성자로 일컬어지는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님이십니다. 비안네 신부님은 학생 시절에 공부를 못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신학교에서 교수 신부님들이 사정회의 때마다 내보내려고 할 정도였습니다. 시험에 무려 11번이나 낙제 점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담임 신부님께서 공부 잘하는 똑똑한 학생에게 부탁하여 비안네 학생을 개인적으로 도와주게끔 배려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이 설명할 때는 비안네는 다 알아들은 것 같다가도 나중에 다시 물어보면 아무 소용이 없을 정도로 공부에는 재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화가 나 뺨을 때렸더니 비안네는 즉시 무릎 꿇고 용서를 청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자기보다 몇 살이나 아래였던 어린 학생에게 뺨을 맞았는데도 오히려 용서해 달라고 청한 그 마음은 겸손한 예수님을 닮은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제 서품을 받게 되자 주교님은 비안네 신부님을 시골 본당으로 보냈습니다. 아주 형편없는 시골 아르스에 있는 본당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세 가지 병폐가 있었는데 첫째, 사람들이 아침에 만나기만 하면 인사로 욕설을 주고받는 것이었습니다. 둘째, 사람들은 매일 하루 종일 술에 취해 있었고, 셋째는 그 동네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도박으로 그나마 있는 재산을 다 탕진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희망이 전혀 없는 곳이었고, 신자들은 대부분 냉담하여 거의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습니다. 비안네 신부님이 아무리 엉터리 강론을 한다 해도, 더 망가뜨리려고 해야 망가뜨릴 것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비안네 신부님은 부임하던 첫날 맨 먼저 성당 안에 계신 예수 성심상 앞에 무릎을 꿇고 당신 자신을 예수 성심께 봉헌하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예수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다 따라하겠으니 친히 본당 신부님이 되어주셔서 도와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자신의 힘이나 능력으로는 아무 일도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주님께 의탁한 것입니다. 그 기도는 자비의 예수님께 드리는 기도 내용과 같은 기도입니다.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 주님께 의탁하고 시키시는 대로 따르기로 마음먹은 비안네 신부님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놀라운 일을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본당 신부의 일을 대신 해주신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새로 부임해 온 비안네 신부님이 논으로 밭으로 자기들을 찾아와 건네는 말을 들으면서 자신들과 처지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점점 마음으로부터 동정심과 애처롭게 보는 심정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성당으로 나오게 되었고, 비안네 신부님은 예수 성심의 사랑의 마음을 지니고 그들을 대했습니다. 고해성사를 보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예수님은 비안네 신부님 마음속에 죄인을 사랑하고 기도해 주는 심정을 불러일으켜 주셨습니다. 비안네 신부님은 고해 신부로서 일생을 사셨습니다. 하루 몇 시간만 빼고 거의 고해소 안에 앉아서 죄인들의 통회 고백을 들었습니다. 죄인이 눈물을 흘리며 고백하는 동안 신부님도 죄인의 마음과 하나 되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비안네 신부님에게 특별한 은총을 주셔서 고해성사를 보러 오는 신자들을 방해하는 마귀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마귀가 어떤 신자들의 목을 졸라서 죄를 고백하지 못하도록 하는 모습을 보고 그 마귀를 물리쳐 주었습니다. 또 어떤 신자는 마귀가 고해소 문턱에 줄을 쳐놓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광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그 신자를 위해서 기도해 주고 용기를 넣어주셔서, 부끄러움을 이기고 죄를 토해 놓도록 인도해 주셨습니다.
마귀는 신자들이 죄의 독극물을 토하면서 다시 살아나는 것을 배 아파하고 시기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방해를 놓는 것이었습니다. 비안네 신부님은 돌아가시는 날까지 고해소에 앉아서 성사를 주시다가 선종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을 고해성사의 주보성인이라고 부릅니다. 비안네 신부님 시신은 아르스 성당 제대 아래 유리관 속에 모셔져 있습니다. 비안네 신부님의 정성과 주님의 도우심으로 동네 사람들의 세 가지 병폐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아르스 사람들은 언제나 예수 성심 사랑 안에서 힘을 얻은 신부님의 심장을 꺼내어 예수 성심상 안에 모셨습니다. 아르스 성당은 매년 수십만 명의 순례자들이 찾아와 비안네 신부님을 통하여 내려주신 하느님 사랑에 감사를 드리는 본당이 되었습니다.
예수 성심 성월에 특별히 많이 부르는 성가 199번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1절에서는 "예수 마음 겸손하신 자여, 내 마음을 내 마음을 열절케 하사 네 성심과 네 성심과 같게 하소서"라고 노래합니다. 우리의 차디차게 식은 마음을 뜨겁게 데워서 예수님의 뜨거운 성심의 온도와 같게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2절에서는 "...내 마음을 내 마음을 잡아당기사 네 성심에 네 성심에 결합하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예수님의 자석과 같은 성심에로 우리 마음을 끌어당기시어 예수 성심과 하나 되게 해주시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3절은 "...내 마음을 내 마음을 차지하시와 네 성심에 네 성심에 보존하소서."라고 애원합니다. 이제는 내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내 마음을 가지셔서 당신 성심 안에 넣어 주시기를 비안네 신부님과 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마지막 4절은 "...내 마음을 내 마음을 변화케 하사 네 성심과 네 성심과 바꿔 주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주님의 마음은 내 마음이 되고, 내 마음은 주님의 마음이 되는 경지에 이르게 해달라고 간절히 원하면서 노래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예수 성심성월에 우리 마음을 비안네 신부님처럼 주님께 드리고 사랑의 마음으로 변화시켜 주시기를 기도드립시다. 누군가 ‘부부는 전생의 원수요, 자식은 전생의 빚쟁이라’고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예수님 성심의 마음으로 가족을 대하기로 노력합시다. 아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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