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 松竹 / 김철이 -
소쩍새 슬피 울어 고독이 물드는 야밤에
옷 벗은 들녘은 가슴 시린 찬바람만 이는데
그 누가 급히 불러왔는가
눈곱조차 때지 못한 싸락눈
흰색 꼬리도 곱게 사각거린다.
몇 달 며칠째
옷 한 벌 입지 못하고
까만 밤 하얗게 지새우던
황갈색 잎새도 오금이 저린 듯
불어오는 실바람에 온 힘을 다해 해 밝을 내일을 기다린다.
넓은 하늘 넓다 않고
무향의 새하얀 향기를 길게 늘어놓던
초승달 기나 긴 시간이 지루하기라도 한 듯이
연심 작은 하품을 하고
밤길 걷던 나그네 한결 가벼운 걸음을 재촉한다.
이미 오래전 본분을 다하고 텅 빈 두렁마다 길게 누운
허수아비 찾는 이 없어 심히 외로운데
심정도 모르는 밤새 몇 마리 계절조차 잃었는가
끝없는 수다를 늘어놓고
애타는 밤 허수아비 속마음은 더욱 까맣게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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