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 편지 1422

다시 태어나는 날

다시 태어나는 날 모든 날이 생일과 같아 1년 365일이 생일 매일매일 새로 태어나는 삶 모든 날이 새해 아침과 같아 1년 365일이 새해 아침 매일매일 새날이 시작되는 그런 새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은 날. - 박영신의 《옹달샘에 던져보는 작은 질문들》 중에서 - * 2023년. 참으로 다사다난했습니다. 때론 낙담하고 때론 절망하면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오늘로 2024년 새해 첫날을 맞습니다. 작년보다 올해는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 꿈을 꿀 수 있을까? 2024년 올해는 매일매일, 하루하루가 새롭게 태어나 더 나은 삶, 더 좋은 꿈을 꾸는 한해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4.01.01

친밀한 사이

친밀한 사이 친밀한 사이가 되려면 그럴 만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 친밀함이란 멋진 극장에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가는 것과 같다. 특별하게 차려입어야 귀한 시간이 더욱 특별해진다. 친밀함을 공유하는 관계는 일반적 기준에서 벗어나 있어야 한다. 상대가 나를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대한다면 어떻게 내가 그 사람과 친밀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 크리스텔 프티콜랭의 《나는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살까》 중에서 - * 친밀한 사이는 가슴이 가까운 사이입니다. 머리로 하는 논리와 분석과 평가가 아닌 따스한 가슴으로 소통을 하는 사이입니다. '~~이기 때문에' 친밀한 것이 아니고, '~~임에도 불구하고' 친밀한 사이입니다. 물질의 차원만이 아닌, 영과 혼이 통하는 사이입니다. 이런 사람이 한 사람 있다면 인생길이 결코 ..

고도원 편지 2023.12.29

역사의 신(神)

역사의 신(神) 사실 인류의 역사에서 혁명은 퇴행이나 반동, 또는 배신으로 점철되었지만 혁명을 통해 경험한 하늘의 시간이 완전히 지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인류의 정신에 깊은 흔적을 남겨서 다음 혁명의 깊은 참조가 되고는 합니다. - 황규관의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중에서 - * 역사는 반복됩니다. 쳇바퀴를 도는 단순 반복이 아니고 회오리바람처럼 돌면서 진화하고 성장합니다. 정반합, 도전과 응전. 혁명 다음의 또 다른 혁명을 기다리며 앞으로 전진합니다. 역사에도 신(神)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3.12.27

아기 예수의 구유

아기 예수의 구유 우리는 구유까지 가는 눈 덮인 오솔길에 1미터마다 촛불을 밝힌다. 소나무, 자작나무, 솔송나무 사이로 촛불들이 구불구불하게 놓이고 하늘에 별이 반짝이는 광경은 정말이지... 완전히 마법이다! 그 광경은 아이들에게 트리나 선물보다 큰 의미를 안겨준다. 내 손녀는 두 살에 맞은 크리스마스 때 아기 예수의 구유를 처음 보고는 몇 년 후에도 '숲속의 아기' 이야기를 했다. - 타샤 튜더의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중에서 - * 말구유, 소나 말의 여물통입니다. 강보에 싸인 아기 예수를 뉘었던 자리입니다. 누울 자리가 없어 뉘었던, 어쩌면 가장 누추하고 보잘 것 없었던 곳이, 그가 누음으로써 가장 거룩하고 성스러운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세계 역사도 바꾸는 마법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고도원 편지 2023.12.25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 우리는 두꺼운 잠바를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을 끼고,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섰다.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예뻤다. 학교 운동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새하얀 눈밭으로 변한 운동장을 뛰기 시작했다. "언니, 이거 봐." 동생은 하얀 눈밭에 하트를 그렸다. - 구본순의 《지수》 중에서 - *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에 아련한 기억 속으로 달려갑니다. 지금 눈밭을 걷고 있는 것은 분명 현재인데 기억은 먼 과거로 되돌아가 어린 시절 예쁜 추억 속으로 빨려 듭니다. 현재는 과거 속으로 들어가 중첩되고, 과거는 현재 속으로 들어와 새하얗게 되살아납니다. 놀라운 생명력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3.12.22

마음먹었다면 끝까지 가라

마음먹었다면 끝까지 가라 뒤처지는 느낌이 든다는 건 네가 무언가 시작했고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잖아. 마음먹었다면, 될 때까지 해보자. 결국 꿈은 이루어질 테니까. - 고은지의 《오늘도 잘 살았네》 중에서 - * 마음을 먹는다는 것은 어떤 목표와 결심을 스스로 마쳤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의 인생 방향을 과거나 현재보다 미래에 두고 새로운 꿈을 향해 발돋움을 한다는 뜻도 됩니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지 않고 마음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가보는 용기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3.12.20

계절성 우울증

계절성 우울증 날씨는 세상의 살갗이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걸치는 옷과도 같다. 그래서 이상기후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기분을 망칠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다. 인간의 신경계는 대기의 미묘한 차이를 감지한다. 구름이나 안개의 미세한 밀도 차이가 극적인 기분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1980년대에 새로 등장한 "계절성 우울증"은 미국 정신의학회가 계절성 동반을 특징으로 분류하고 있다. -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중에서 - * 계절성 우울증은 해가 짧아지기 시작할 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낮 동안의 일조량이 줄어들었을 때, 세로토닌 분비량이 줄면서 우울해집니다. 계절성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계절이 변하는 걸 민감하게 느낍니다. 온몸의 세포가 계절의 날씨에 따라 먼저 반..

고도원 편지 2023.12.18

샹젤리제 왕국

샹젤리제 왕국 겨울은 매양 소멸과 끝의 시간만은 아니다. 눈 덮인 산속의 모든 생명이 휴식과 절제의 시련을 통해 생성의 시간을 기다린다. 눈에 갇힌 나는 샹젤리제 왕국의 성주다. 밋밋한 삶을 못 견디는 나는 부족한 호기를 채우기 위해 엉뚱하게도 한평생 산속을 쏘다니며 나만의 자유와 홀로서기 왕국을 만들어왔다. 나의 낙원이자 피난처이기도 하다 - 박상설의 《박상설의 자연 수업》 중에서 - * 누구나 자기만의 '샹젤리제 왕국'이 필요합니다. 휴식과 충전, 치유와 회복이 이뤄지는 곳.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곳. 사람 사이 관계가 버겁고 뒤틀릴 때 숨을 쉴 수 있는 곳. 가득 눈 덮인 겨울산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곳이면 차라리 더 좋습니다. 눈 쌓인 산과 함께 숨 쉬고 교감하며 ..

고도원 편지 2023.12.15

스토리텔링 동화 쓰기

스토리텔링 동화 쓰기 공허하게 지내던 어느 날 '나를 스토리텔링 하는 동화 쓰기' 워크숍을 만났습니다. 워크숍에 참여해 글을 쓰면서 제 안에서 '네 꿈은 뭐니?'에 대한 물음이 생겼습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지? 맏이로 태어나 동생을 하늘나라에 보내고 농인과 결혼해 코다 가정을 꾸리고 사는 내가 궁금해졌습니다. 이렇게 나에 대한 고민과 함께 〈지수〉는 시작됐습니다. - 구본순의 《지수》 중에서 - * 소설의 장르 중에 '사소설'이라는 게 있습니다. 한때 일본 근대소설 작법으로 유행했습니다. 자신을 객관화하여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것입니다. 가장 리얼하고 세밀하고 농밀한 작법이기도 합니다. 자신을 주인공 삼아 전지적 시점에서 한 편의 동화를 써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3.12.13

산골의 칼바람

산골의 칼바람 이 산골은 영하 20도의 한천이다. 칼바람에 맞서 하늘을 몰아쉬어 하얀 입김으로 가슴을 턴다. 여위어가는 움막 캠프 난로에 장작을 지피고, 살아 있음을 고맙게 여기며, 뜨거운 방 아랫목에 누워 눈 속에 뒹구는 호사를 상상한다. 이해가 끝나는 혹한의 모색 속에 홀연히 나와 마주한 석양... 겨울은 이제 그냥 쓸쓸한 퇴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 박상설의 《박상설의 자연 수업》 중에서 - * 산골의 칼바람. 훅! 코끝에서 가슴으로 파고들어 숨이 막힙니다. 영하 20도, 혹한의 추위가 안겨주는 정적의 순간입니다. 숨마저 멈춘 영겁의 고요한 순간, 쌓인 눈밭을 뒹굴면 오히려 몸의 따뜻한 기운이 살아납니다. 추우면서 따스하고, 가슴은 따스한데 코끝은 칼바람에 얼어붙는 그 쓸쓸한 이중성, 차가운 겨울..

고도원 편지 2023.12.11

애쓰지 않기 위해 애쓴다

애쓰지 않기 위해 애쓴다 솔 벨로 Saul Bellow는 1952~1957년에 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가공할 만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그 책을 일종의 광란 상태에서 써 내려 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이렇게 썼다. "긴장을 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이것이 예술의 법칙이다. 노력 없는 집중이야말로 창작의 본질이라 할 만하다." 한마디로 애쓰지 않기 위해 애쓰라는 말이다. - 냇 세그니트의 《우리는 왜 혼자이고 싶은가》 중에서 - * 흔히들 '신들린 듯이'라고 말합니다. 글을 쓰다 보면 때로 나도 모르게 신들린 듯이 써질 때가 있습니다. 무아지경 상태에서 무서운 집중으로 몰입하여 써 내려가는 것입니다. 그것은 머리를 쥐어짜거나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서 한 자 한 자 쓰는 것..

고도원 편지 2023.12.08

'하나님 저 좀 구해주세요!'

'하나님 저 좀 구해주세요!' 밤새 기도하던 날들이 있었다. '하나님 저 좀 구해주세요. 간절히 기도하면 뭐든 들어주는 분이라면서요.' 하지만 울며 기도할 때마다 침묵, 침묵뿐이었다. 번데기처럼 웅크리고 앉아 울다 잠이 들었다. 길고 따뜻한 꿈을 꿨다. 나는 작은 아이였다. - 이수진, 고미진의 《내:색》 중에서 - * 누구나 한 번쯤은 절절한 기도를 해봤을 것입니다. 기도가 아니라 원망과 비탄으로 울부짖고 절규했던 때도 더러 있었을 것입니다. 나날이 평온하면 기도하지 않습니다. 생사가 갈리고 절망과 두려움으로 가득할 때 비로소 외치듯 기도합니다. 그러다 응답도 없다며 돌아섰을 것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됩니다. 응답 없음이 곧 응답이었음을.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3.12.06

100년 만의 해후

100년 만의 해후 사기그릇 같은데 백년은 족히 넘었을 거라는 그릇을 하나 얻었다 국을 담아 밥상에 올릴 수도 없어서 둘레에 가만 입술을 대보았다 나는 둘레를 얻었고 그릇은 나를 얻었다 - 안도현의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에 실린 시〈그릇〉중에서 - * 100년 전 어느 도공이 흙을 고루어 진득이 반죽하여 그릇을 구워냈습니다. 혼을 담아 물레를 돌려 형태를 빚고 참나무 장작불을 1,300도까지 올려 몇 날 며칠 구웠다 식혀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도공의 넋이 깃든 그릇이 시인의 입술과 100년 만에 해후, 숨결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3.12.04

눈 치우기

눈 치우기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의 사람들이 가진 특이점은 바로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집 앞 눈 청소를 한다는 거다.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 엄마 아빠들이 나와 눈을 치운다. 그럼 아이들은 플라스틱으로 된 썰매를 가지고 나와서 그 옆에서 논다. 그리고 큰 눈이 오고 나면 반드시 지붕 청소를 한다. 지붕이 무너질 수 있고, 눈 덩어리가 행인을 덮치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민희의 《삿포로 갔다가 오타루 살았죠》 중에서 - * 그제 옹달샘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눈이 오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절로 탄성이 터지고 BDS(꿈너머꿈 국제학교) 학생들도 싱글벙글 신이 납니다. 하지만 옹달샘 주인장인 저는 노심초사의 마음입니다. 행여라도 누구 넘어지거나 다치는 사람은 없을까 속을 태웁니다. 눈 치우기..

고도원 편지 2023.12.01

있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하늘은 그저 있는 그대로입니다. 햇빛은 있는 그대로입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완벽합니다. 완벽함을 볼 수 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을 보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떤 수준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본래 지니고 있는 놀라운 아름다움이 보입니다. - 데이비드 호킨스의 《데이비드 호킨스의 지혜》 중에서 - * 자연은 있는 것 그 자체로 완벽합니다. 있는 그대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색안경을 벗어야 합니다. 모든 것은 늘 있는 그대로 드러나 있으나, 내가 쓴 안경 때문에 왜곡되어 보였던 것입니다. 이제라도 잘 나이 든 노인의 혜안으로, 아니면 순수한 아기의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완벽하고도 놀라운 아름다움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도 많..

고도원 편지 2023.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