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기다림 | 이주홍 디모테오 신부님(밀양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6. 7. 18. 10:00

기다림 

 

                                              이주홍 디모테오 신부님(밀양성당 주임)

 

 

세상은 밀과 가라지가 공존하는 것처럼 선과 악이 공존합니다. 악이 존재하기에 선은 더욱 드러나게 되 고 그 안에서 더 강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 로 선이 드러나기를 기다릴 수 없어 너무 성급하게 판 단하게 됩니다. 일꾼이 주인에게 조르듯이 “주님, 어 찌하여 저 못된 놈들을 그냥 두십니까? 어서 악인들을 끝장내 주십시오.”라고 투덜거리기도 합니다. 마치 가 라지가 양분을 다 섭취하여 정작 밀은 비실비실 말라 가고 있다는 듯이, 악인들이 이 세상에서도 호의호식 하는 바람에 의인은 고난 속에서 살수 밖에 없다는 푸 념을 늘어놓기까지 합니다. 심지어는 세상의 악의 존 재로 인해 하느님을 향한 믿음을 포기하기까지 합니 다. 우리가 생각하는 하느님은 심판자로서 세상의 악 을 내버려두지 않으셔야 하고 심판자에 의해 세상의 악은 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우리들의 생각과는 달리 예수님은 기다 리는 삶을 사셨습니다. 공생활을 준비하기 위해서 30 년의 시간을 기다리셨고 공생활 전 광야에서 40일간 을 기다리셨으며 제자들에게 하느님의 보여주시기까 지 3년간을 기다리셨습니다.

 

성경에서 예수님의 기다림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간음한 여인의 이야기를 보십시오. 그녀를 죽이고자, 단죄하고자 달려드는 마지막 한사람이 사라질 때까지 그분께서는 끝까지 기다려 주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 예수님의 기다림 속에는 인간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깃들어 있 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다림 속에 제자들의 사랑, 용 서받은 여인의 사랑은 더욱 큰 결실을 맺게 됩니다.

 

물론 그러한 기다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유 혹과 고통 속에서 기다림은 정말 길게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기다림 속에서 주님과 함께 머 물 때, 힘들게만 느껴지는 기다림은 더 이상 우리에게 고통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은총의 순간으로 변화시 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께서 ‘죄가 많은 곳에는 은 총이 풍성하다.’라고 말씀하시게 되는 것입니다. 박해 시대에 많은 순교 성인들이 나오며 어려운 시기에 영 웅이 나오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치입니다.

 

이처럼 악은 나쁘지만 악의 존재는 인간의 선을 위 해서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사랑이 될 수도 있습니 다. 따라서 기다림은 그분의 사랑을 체험하는 시간이 며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는 시간이 되고, 우리의 기다 림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설렘 가득한 시간이 됩니다. 새로운 한 주간을 시작하며, 우리 마음을 두근두근 콩 닥콩닥 뛰게 하는 기분 좋은 기다림을 즐기시길 바랍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