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좋은 땅’을 기다리시는 하느님
송정호 알베르토 신부님(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가끔 교우분들의 신앙을 보면서 저절로 감탄하거나 고 개가 숙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하신 객관적인 상황 은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신앙의 힘으로 묵묵히 견뎌 내시는 것을 볼 때 그렇습니다. 반면 어떤 분들은 성당에 나오시기는 하지만, 세상살이에 지쳐서인지 ‘마음이 굳게 닫혀 있다는’ 느낌을 주시는 때도 있습니다. 마음이 닫혀 있기에, 하느님 말씀이 귀에는 들어가지만 깊은 마음속에 는 들어가지 못하고 열매도 맺지 못하곤 합니다.
교우분들의 예를 들었지만 사제로 살고 있는 저 역시 이러한 경험을 할 때가 많습니다. 온전히 집중하며 미사 를 봉헌하고, 그날의 하느님 말씀도 깊이 묵상하며 그 힘 으로 하루를 살아갈 때도 있지만, 해야 할 일에 대한 걱정 과 불안 때문에 미사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미사 이 후에 있을 행사나 모임에 마음을 뺏길 때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이러한 우리들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미사 때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은 동일하지만 내 ‘마음의 땅’의 상태에 따라 맺는 열매는 달라집니다. 똑같 은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지만 마음의 땅이 좋은 땅인지, 길가인지, 돌밭인지에 따라 맺는 열매의 결과는 다 다르 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것은 내 마음의 밭 은 매번 동일한 것이 아니라 자주 바뀐다는 점입니다. 항 상 ‘좋은 땅’이었으면 좋겠지만 어떠한 때에는 세상살이에 대한 걱정 때문에 ‘길가’가 되고, 어떠한 때에는 다른 사 람들 사이의 관계를 우선시하다 보니 씨앗이 뿌리를 내릴 수도 없는 ‘돌밭’, 혹은 ‘가시덤불’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복음을 묵상할 때마다 ‘나는 지금 어 떠한 땅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좋은 땅인 것 같다면 백 배의 열매를 맺기 위해 하느님 말씀에 더 머무르고, 그렇 지 않다면 무엇이 저 자신을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게 만들 었는지를 성찰합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의 마음을 빼앗는 요소로 환난과 박해,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을 제시합 니다. 여러분의 오늘 ‘마음의 땅’은 어떠한 상태이며 무엇 이 여러분의 ‘좋은 땅’을 가로막고 있는지요.
한 가지 정말 다행인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의 ‘땅 의 상태’를 탓하지 않으시고 계속해서 말씀의 씨앗을 우 리에게 뿌리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땅이 더 좋 은 땅이 되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오늘 제1독서의 말씀 처럼 하느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은 반드시 하느님의 뜻을 이루며 열매 맺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매 순간 마음의 땅을 ‘좋은 땅’으로 가꾸어 가는 것입니다. 척박한 땅이 농부의 정성과 노력 끝에 비옥한 땅으로 바 뀌듯, 우리가 ‘마음의 땅’을 끊임없이 가꿀 때에 우리는 오 늘 복음 말씀처럼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열매를 맺을 것이며, 그렇게 우리의 신앙은 성숙해 갈 것입니다.
'사제의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기다림 | 이주홍 디모테오 신부님(밀양성당 주임) (0) | 2026.07.18 |
|---|---|
| 환경한마당 | 글 _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님(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0) | 2026.07.17 |
| 멀리서 보면 파랗잖아! | 손웅락 요셉 신부님(원통 한국 순교자 본당 주임) (0) | 2026.07.13 |
| 청소년은 교회의 현재 | 글 _ 이규성 요셉 신부님(수원교구 제2대리구 청소년2국장) (1) | 2026.07.12 |
| “주님, 저를 좋은 땅으로 일구어 주십시오.” | 주지욱 가시미로 신부님(개신동 본당 주임) (0) | 2026.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