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기도한다는 것

松竹/김철이 2026. 7. 14. 14:00

기도한다는 것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평화로울 때는 제 마음이 온 유하고 참을성 있는 대지와 같아 온 세상을 품을 수 있을 듯 넓어집니다. 그럴 때는 어떤 편견이나 조건도 없이 모 든 이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드리는 것이 어렵지 않게 느 껴집니다. 그러나 주위에 복잡한 일이 생기고 또 여러 국 가 간의 분열로 세상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 제 마음 안에도 곧바로 거센 바람이 휘몰아쳐 황량해지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들을 향한 원망과 미움이 생겨납니 다. 감실 앞에 오래 머물러도 적대하는 이들을 위해 진실 한 기도를 드리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바오로 사도처 럼 ‘모든 이를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던’ 다짐이 갑자기 사 라지는 사실에 주눅이 들기도 합니다.

 

현재 전쟁이 진행되는 나라가 30여 개에 이른다는 소 식을 접하며,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과 권력과 자본에 대 한 욕망이 끝없는 반목을 낳는 현실을 슬프게 바라봅니 다. 타인이 설 자리가 없는 개인과 집단, 국가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힘의 논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막막합 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의 위기를 온 인류 가 함께 겪었을 때, 저는 우리가 그 경험을 통해 인간 존 재와 하느님 사이의 관계를 깊이 성찰하고, 나라와 사람 사이의 유대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더욱 폭력적으로 변했고, 전쟁으로 무고한 생명이 끊임없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인간은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일까요?

 

180여 명의 아이들이 학교에 발사된 전쟁 무기로 목숨 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는, 누구를 위해 기도해야 할 지조차 막막했었습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침묵하시는 주 님께 원망의 눈길을 보내는 반항심 가득한 저를 주님께서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시는 듯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 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 카 23,34)라고 기도하시는 순간에도 “지도자들은 ‘이자가 다 른 이들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 선택된 이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 하며 빈정거렸다.”(23,35)라 고 루카 복음사가는 전합니다. 인간의 부당하고 무자비한 태도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끝까지 사랑으로 감싸 안으시 고 오히려 그들을 위해 기도하신 주님의 모습이 저의 한 계를 보게 합니다. 그분께서 보여주신 기도는 인간의 논 리를 넘어서는 참된 회심의 길임을 배웁니다.

 

저 또한 주님의 은총으로 어느 누구도 미움의 감정으 로 제외하지 않고 모든 이의 선을 위해 좀 더 절실하게 보 편적인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