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주님의 연민과 부르심 | 변성수 필립보 신부님(부산가톨릭평화방송 총괄국장)

松竹/김철이 2026. 6. 13. 10:00
 
 

주님의 연민과 부르심

 

                                                 변성수 필립보 신부님(부산가톨릭평화방송 총괄국장)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는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 달리며 기가 꺾인’ 군중을 보시며 “가엾은 마음이 드 셨다.”(마태 9,36)라고 합니다. 주님의 이 ‘가엾은 마음’ 은 단순한 감정의 동요가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육신 의 고통을 넘어, 목자 없이 방황하는 영혼들의 깊은 굶 주림과 상처를 보시고 아파하시는 하느님의 크신 사 랑입니다. 또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당신 자신을 내 어주시는 적극적인 행위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이 깊은 연민 속에서 예수님께서는 열두 사도를 부 르시어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주님께서 그들을, 그리 고 오늘날 우리를 당신의 일꾼으로 부르신 이유는 남 들보다 뛰어나거나 더 좋은 자격을 갖추어서가 아닙 니다. 곧 우리의 공로가 아니라, 오직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자비의 은총 덕분에 부르심을 받은 것입니다. 하 느님께서는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을 있는 그대로 부 르시어, 세상에 당신의 도구로 삼고자 하십니다.

 

이렇게 사도로 부름을 받은 이들에게 주님께서는 오 늘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고 명하십 니다. 거저 받은 하느님의 그 사랑을 깊이 체험한다면, 사도직에 대한 사명 또한 그 참모습을 분명히 깨닫게 됩니다. 개인의 업적이나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 기에, 오히려 감사히 사도직을 행하고 더욱 기쁘게 세 상에 나아갈 수 있게 되겠지요. 그렇게 프란치스코 교 황님의 말씀처럼 ‘야전 병원’(『복음의 기쁨』, 112항)으로서 의 모습으로, 상처 입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 활기차게 그들의 아픔을 싸매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주님께 거저 받은 생명과 자비, 그리고 직 분의 은총을 이제는 움켜쥐고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내 주변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기꺼이 내 어주어야 합니다. 비록 당장 낯선 선교지로 떠나지는 못할지라도, 각자가 날마다 머무는 가정과 일터, 그리 고 이웃과의 관계 안에서 주님의 따뜻한 성심(聖心)의 사랑을 실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에 파견된 참된 사도가 될 것입니다.

 

이번 한 주간, 상처 입은 세상을 향한 주님의 그 따뜻 하고 “가엾은 마음”의 시선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그 사랑에 힘입어 지친 이웃들에게 먼저 다가가 거저 받 은 사랑을 나누는 위로의 일꾼이 될 수 있기를 함께 기 도합시다. 우리의 보잘것없음이 오히려 하느님의 자 비가 머무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거저 받은 은총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그 여정의 끝에, 우리를 부르신 주 님의 “가엾어하는 마음”이 비로소 우리의 삶 안에 온 전히 완성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