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방구석이 좋을 리 있나

松竹/김철이 2026. 6. 9. 14:00

방구석이 좋을 리 있나 

 

 

지난달 말, 한 북토크에 다녀왔습니다. 고립과 은둔의 시간을 견뎌낸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직접 들려주는 자리 였습니다. 짧게는 7년, 길게는 13년 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았던 청년들은 왜 스스로 방문을 걸어 잠글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세상으로 나올 용기를 얻 게 되었는지를 담담히 털어놓았습니다.

 

청년들이 은둔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저마다 달랐습니 다. 어떤 청년은 아버지의 폭력 앞에서 어머니와 동생을 지키려다 결국 자신마저 무너졌다고 했습니다. 극단적 선 택까지 실패한 후엔, 아예 세상과 관계를 끊었습니다. 부 모로부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말을 반복 해서 들으며 자랐던 또 다른 청년은 어느 순간 자신이 정 말 무가치한 존재라고 믿게 되었고, 결국 방 안으로 숨어 버렸다고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반복적으로 부정당하고,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며 살아온 이들에게 방 안은 마지막 피난처였지만 동시에 감옥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방구석’이란 감옥에서 나올 용기를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독방 체험을 통해 성찰 기회를 제 공하는 ‘행복공장’이었습니다. 청년들은 그 단체의 ‘고립 은둔청년 회복캠프’가 자신들을 바꾸어 놓았다고 했습니 다. 특히 도움이 된 프로그램은 ‘비난과 방어’라는 역할극 이었답니다. 이 역할극의 목적은 참가자들이 가해자가 없 는 ‘안전한 공간’에서 그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쏟아내 고, 가해자 역을 맡은 이로부터 그의 이야기를 대신 들으 며 맺힌 응어리를 풀고 자신의 상처를 객관화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청년들은 이 과정에서 상처를 준 사람 역시 또 다른 절망 속에 있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순간 자신 을 오래 붙들고 있던 증오와 분노의 사슬이 조금은 느슨 해지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30대 한 청년의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는 역 할극을 통해 가정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하던 시기의 아버 지가 현재 자신과 같은 30대의 가장이었다는 사실을 깨 달았습니다. IMF 때 사업에 실패해 감당하기 어려운 빚 을 떠안은 채 가장이라는 책임감에 짓눌렸을 한 남자의 모습을 떠올리자, 그동안 증오의 대상일 뿐이었던 아버지 가 삶의 벼랑에 몰린 한 인간으로 다가왔고, 처음으로 연 민이라는 감정을 느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스도께서 “네가 사람 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거기에서, 어쩌면 그곳에서만 너 는 ‘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묵상한 토마스 할리크 신부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감 히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백하려면 우리 역시 이 청년처럼 이웃의 상처에 연민을 느끼고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