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닫힌 마음에 찾아오시는 주님 | 장원형 베드로 신부님(양산동 본당)

松竹/김철이 2026. 5. 24. 10:00

닫힌 마음에 찾아오시는 주님 

 

                                                        장원형 베드로 신부님(양산동 본당)

 

 

찬미 예수님.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반 드시 즐겁고 환한 날만 추억이 되는 것은 아니지 요. 당시에는 힘들어서 빨리 지나가기만 바랐던 시간도, 곁에서 함께 견뎌 준 사람이 있으면 훗 날 따뜻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관계도 그렇게 만 들어집니다. 관계가 저절로 깊어지는 것 같지 만, 사실은 시간을 내고 마음을 써야 깊어집니 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문을 닫고 숨어 있었 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걸었고, 말씀을 들었으 며, 빵을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이 곧 바로 그들을 일으켜 세우지는 못했습니다. 예수 님을 잃은 상실감, 도망쳤다는 마음의 짐, 보이 지 않는 미래의 불안이 그들을 묶어 두었습니다. 추억은 남았지만, 관계는 멈춘 듯 보였습니다.

 

그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닫힌 문을 지나 그 들 가운데 오십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말씀하십 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 어떠한 설명도 질책도 없이, 주님께서는 먼저 찾아오셔 서 끊어진 듯한 관계를 다시 이어 주십니다.

 

이어 숨을 불어넣으시며 말씀하십니다. “성령 을 받아라”(요한 20,22). 이 숨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지나간 기 억을 오늘의 만남으로 바꾸는 힘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예수님을 ‘함께했던 분’이 아니라, 지 금도 함께 계신 주님으로 만나게 됩니다. 그 순 간 닫힌 문이 열리고, 멈췄던 삶이 다시 움직입 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때의 감동과 지나간 열심만으로는 오래가지 않습니 다. 사랑하는 사람과 계속 만나야 관계가 살아 있듯이, 주님과의 관계도 계속해서 이어져야 합 니다. 미사와 기도, 하루의 삶 안에서 그분을 다 시 마주할 때 신앙은 추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관계가 됩니다.

 

성령 강림은 과거를 떠올리는 날이 아니라, 지 금 다시 주님을 만나는 날입니다. 주님께서는 오 늘도 닫힌 마음 한가운데로 들어오셔서 말씀하 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 그 평 화는 우리를 머물게 하는 위로가 아니라,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입니다.

 

이제 우리는 문을 열 차례입니다. 성령께서 오 시면, 닫힌 마음은 열리고 멈춘 신앙은 다시 움 직입니다. 오늘 우리 안에서도 그 변화가 시작되 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