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
김부민 베드로 신부님(송림 4 동 본당 주임)
지하 단칸방에서 홀로 지내고 계시는 할머니에게 환자 봉성체를 갔습니다. 방 안에 들 어서자, 벽 한 면에 커다랗게 걸린 가족사진 액자가 제일 먼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액자에는 할머니를 중심으로 아들, 며느리, 손주들까지 대가족의 구성원들이 함께 찍은 할머니의 칠순 잔치 사진이었습니다. 그 사진 속에 할머니가 거느린 많은 자손들의 모습 을 보니 참 좋으셨겠다는 훈훈하고 든든함마저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진 밖에 계신 할머니의 현실은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습니다. 그래도 홀로 된 할머니 머리맡에 놓 인 십자고상과 성모상 그리고 묵주만이 할머니의 측은한 자리를 끝까지 함께 지키고 있 으며, 할머니의 외로운 영혼을 세상 끝 날까지 주님의 구원과 사랑으로 함께 해주고 있 는 듯싶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지치고 고통과 죽음의 길 위에 있는 우리에게 세상 끝 날까지 함께 해 주겠다는 기쁜 약속을 해주십니다. 기쁜 약속을 우리에게 해주신 주님이 과연 누구이 십니까? 바로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계신 주님이십니다. 그런데 이러한 하늘 과 땅에 모든 권한을 가지신 주님께 구원의 응답을 받기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창세 기 32장에서 혼자 남아있던 야곱은 주님과 씨름을 시작했습니다. 야곱은 날이 새도록 씨름을 끝내지 않았습니다. 야곱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아시고 주님께서는 그의 엉덩 이뼈를 쳐서 다치게 합니다. 그래도 야곱은 주님을 놓아드리지 않았습니다. 야곱은 저에 게 축복해 주시지 않으면 절대 놓아드리지 않겠다고 주님께 자신의 목숨을 겁니다. 야 곱은 뼈가 부러졌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기 목숨을 다해 주님께 매달렸고, 또 매달려서 끝끝내 주님의 축복을 받아냈습니다. 지금 나의 삶에 지치고 고통 받고, 아파 하고, 절망하고 있는 바로 그곳에 야곱처럼 목숨을 다한 믿음이 끝까지 필요한 것입니 다. 지금 우리는 주님께 끝까지 목숨을 다하고 있는 기도로 야곱처럼 씨름하고 있습니 까? 야곱처럼 끝까지 주님의 사랑을 놓지 않는다면, 오늘 주님의 큰 축복으로 나의 믿음 과 끝까지 함께 해주실 것입니다.
적막한 새벽 5시에 일어나 성무일도를 하고 강론을 준비하는 것이 때론 힘이 들긴 하지 만, 그렇게 힘이 들어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힘든 시간 속에도 주님이 함께 계신 다는 기쁨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주시는 기쁨과 마주하는 순간, 나의 피 곤한 불안은 어느덧 선명한 설렘으로 떨고 있었습니다. 우리 신자 분들도 미사와 기도 안에서 주님이 주시는 기쁨과 설렘으로 마주하고 계시는지요? 주님의 믿음에 기쁨이 함 께 있다면, 주님의 사랑으로 우리의 믿음도 그렇게 끝까지 함께 갈 수 있게 도와주실 것 입니다. 진짜가 되어가는 것은 진짜 힘이 들어야 하는 것인가 봅니다.
하지만 오늘도 사람이 떠나버린 쓸쓸한 그 자리에, 사람이 눈물 흘리는 아픔의 그 자리 에, 사람이 무기력해져 힘이 다 빠져버린 그 자리에, 사람이 어쩔 수 없어 망연자실 했던 그 자리에, 주님께서 오늘 복음으로 우리의 믿음을 따스하게 위로하시고 손잡아주시며 말씀하십니다.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끝까지 함께 있겠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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