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는 이름의 은총
노동준 안토니오 신부님(상계동성당 부주임)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 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 님은 갔지마는 나 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시인의 말처럼, 만남과 이별 은 동그라미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만나는 사람 이 있으면 이별하는 사람이 있고, 떠나가는 사람이 있으 면 다가오는 사람이 있듯이, 만남과 이별은 동전의 양면 처럼 분리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만날 때 도, 헤어질 때도 똑같이 “안녕!”이라고 인사하는지도 모 르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예수님의 승천도 이 렇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 게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네신다고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축복하시며 온 세상에 당신의 말씀을 선포하라고 분부하신 후 그들을 떠 나 하늘로 올라가십니다. 마치 예수님과 제자들이 서로 “안녕히 가세요.” 하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승천은 단지 이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신 다음에도 제 자들과 함께하시며, 제자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 힘을 실 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제자들과 예수님이 나눈 ‘안 녕!’은 단지 작별의 인사가 아니라 새로운 만남을 여는 인 사이기도 합니다. “안녕히 가세요!”이면서 동시에 “안녕하 세요!”인 셈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예수님의 승천을 슬퍼하지 않았습니 다. 오히려 크게 기뻐하며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 냈습니다. 더 이상 눈으로 예수님을 볼 수는 없지만, 예수 님과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성령을 받은 후에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모든 민족들에게 예수님을 선포했습니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 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요한 8,31)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승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은 예수님의 뜻 안에 머무 르게 되었고 참으로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의 승천을 이렇게 받아들이면 좋겠습니 다. 비록 예수님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없고, 예수님의 목 소리를 가까이서 들을 수는 없지만,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고 계십니다. “보지 않고 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하신 예수님은 우리 가 걷는 모든 길을 함께 걸어주시고, 사랑하는 사람들 안 에서 우리를 만나 주십니다. 그렇게 예수님은 오늘도 우 리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십니다. 우리 역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 우리 곁에 계신 예수님께 “예수님, 안녕 하세요.” 하고 인사드리면 좋겠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 의 작은 인사도 기쁘게 받아주시며, 우리가 늘 참된 안녕 속에 머무르도록 지켜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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