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네게 이런 달란트를 주노니….

松竹/김철이 2026. 4. 21. 14:00

네게 이런 달란트를 주노니….

 

 

저는 책방을 하는 사람입니다. 광고 회사를 ‘졸업’한 후 두 번째로 하고 있는 일입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회 사에서 제법 성과를 내며 30년간 일했으니, 결과만 보면 저의 첫 번째 커리어는 순탄했던 것처럼 보일 것 같습니 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여자를 뽑지 않던 시 절 용케 취직되어 한시름 놓았지만 이내 고민이 닥쳤습니 다. 도무지 일이 맞지 않았고 재능도 있는 것 같지 않았으 며 의미도 모르겠는 시간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점차 재미가 느껴졌고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15년을 넘겼습니 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처럼 까탈스러운 인 간이 중간에 도망가지 않고 계속 한 걸 보면 이 일이 이생 에서 나의 일인가 보다.’ 이렇게 저 자신을 다독거리며 그 일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둔 후에도 제 마음속에선 이 질문 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나를 어떻게 쓰시 려고 마음에도 없던 일을 30년씩이나 시키셨을까? 왜 애 초에 나를 그쪽으로 보내신 걸까?’ 말하자면 저의 소명이 계속 궁금했고, 그러던 중 두 번째 커리어로 책방을 하기 로 마음먹었습니다.

 

책방을 법인으로 만들기로 했으므로 이름이 필요했는 데 제게는 유일무이한 후보가 있었습니다. 보이스! 저희 책방의 법인명은 더보이스(The Voice)입니다.

 

영어에는 직업, 일을 뜻하는 단어로 job, profession, vocation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 ‘vocation’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이 말은 라틴어 ‘vocare’에서 나왔고 ‘부 르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거 죠. 이 동사에서 나온 명사가 ‘voice’와 ‘vocation’입니다. ‘voice’는 목소리, 하느님의 음성이란 뜻이겠지요? 그러 면 ‘vocation’은 무슨 뜻일까요? 네, ‘소명’입니다. 소명은 한자로 ‘召命’이라 씁니다. 그분이 부르셔서 명하신다는 뜻일 테지요. ‘내가 네게 이러이러한 달란트를 주노니 너 는 이것으로 세상에 쓰이거라.’ 제가 내내 찾았던 것이 바 로 저의 소명이었습니다. 연봉 많이 받고 일이 재밌는 것 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었는데 30년이나 찾아 헤맨 끝에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떤 아이디어를 말이나 글로 전하는 재주를 주었으니 그것으로 사람들 마음과 마 음 사이에 다리를 놓으라.’는 것. 늦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저는 알아들은 것 같습니다.

 

돌아보니 제가 평생 했던 일이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 다. 사람들 사이를 통하게 하는 일이죠. 지금은 책방에 서 책으로 사람들 마음에 다리를 놓고 있으니 업의 종류 는 달라졌어도 저의 소명은 내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 니다. 제가 있어야 할 곳에 당도한 듯한데 큰 은혜라고 생 각합니다. 이 봄, 제가 할 일을 다시 한번 헤아려 봅니다. 저의 소명 안에 답이 있겠지요? 그분의 음성에 열심히 귀 기울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