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하늘 위에서
1991년이니까 꽤 오래전 일입니다. 그해 가을, 저는 두 달간 인도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처음으로 혼자 떠나 는 해외여행을 인도로 간 거예요. 젊은 저를 잡아끄는 무 엇인가가 그곳에 있었나 봅니다. 인도의 몇몇 도시를 홀 로 다닌 저는 네팔에도 꼭 가고 싶었습니다. 히말라야의 품에 안기고 싶었어요. 사실, 이 여행엔 한 가지 전조가 있었습니다.
그해 1월 2일, 신년회를 마친 저희 팀은 함께 차를 마 시며 새해 덕담을 주고받았습니다. 그 끝에 팀장님이 팀 원들에게 새해 계획을 물었죠. “책을 많이 읽겠다.”, “운 동을 하겠다.” 등 한 명씩 돌아가며 이야기했고 마침내 제 차례가 됐습니다. 제 입에선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저 는 올해 히말라야에 가겠습니다.” 제 말이 끝나자 사람들 은 “뭐라고?”, “어디를 간다고?” 다들 놀라워했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저였습니다. 그 말을 하기 전까지 히말라야 에 가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아니, 거기가 어디라고 감히 갈 생각을 하겠어요? 김영하 작가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인생의 어떤 순간에는 입에서 나 오는 모든 말이 자기 운명에 대한 예언이 된다.” 저야말로 그랬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 말을 하고서는 그해 가을 네 팔 땅을 밟았으니까요. 비록 3,000미터에 불과했지만 히 말라야의 품에 들어 며칠 트레킹도 했습니다.
인도 바라나시에서 네팔 카트만두까지 비행기로 40여 분 걸린 것 같습니다. 그 절반의 시간 동안 비행기는 히말 라야 위를 날았어요. 모든 승객이 창밖으로 엄청난 광경 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죠. 히말라야는 바다가 융기해 생 긴 신생대 습곡산맥이라는 것을 저는 학교에서 배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하늘 위로 높이 솟은 설산 을 보는 순간 제겐 이런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이건 분명 신의 창조물이다. 바다가 솟아올라 만들어졌다는 설명은 너무 건조하고 빈약하다.” 말이 막히고 가슴이 뒤집어질 만큼의 감동을 느낀 순간 저는 창조주를 떠올렸습니다.
문득문득 어떻게 살고 어떤 존재로 살 것인지 생각합 니다. 그때 제 안에 이런 생각이 고입니다. “나는 창조주 의 피조물이고 싶다. 그분의 피조물에 걸맞게 살겠다.” 물 론 현대 과학은 생명의 시작을 단백질의 합성과 세포의 분화로 설명한다는 것을 저도 압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 저 단백질 덩어리이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창조주 하느 님의 피조물이고 싶어요.
저는 저 높은 곳, 그분이 계시는 곳을 바라보며 다짐하 곤 합니다. 그분께서 저를 만드실 때 가지셨을 뜻을 헤아 리며 1센티라도 가까이 가려 애쓰겠다고요. 요즘 하늘은 미세먼지로 뒤덮여 있지만 뜻이야 어디 갈까요? 본디 높 고 투명했을 하늘을 헤아리며 그분의 피조물에 값하기 위 해 하루하루 애쓰고 있습니다. 애쓴 것은 사라지지 않으 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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