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리액션’이 준비돼 있으신가요?

松竹/김철이 2026. 3. 31. 14:30

‘리액션’이 준비돼 있으신가요?

 

 

10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났습니다. 회사에서 일 이 생겨서 마음 정리를 하고자 간 길이었습니다. 함께 길 을 걷던 신부님께서 뭔가 지향을 두고 걸으라고 권유하 셨습니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부모님은 저를 위해서 늘 기도를 해 주셨는데 과연 나는 나의 소중한 아이를 위 해서 얼마나 기도를 했는가.’ 신부님 말씀을 듣자마자 하 나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우리 아들이 올해 안에 첫 영성 체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아들은 당시 대학 1학년, 유 아세례 후 거의 냉담자 수준이었습니다. 그때는 10월. 두 달밖에 안 남은 올해 안에는 불가능하겠다 싶었지만 그냥 걸으면서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정말 기적처럼 그해, 아들이 첫 영성체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정말 기뻤고 깜짝 놀랐습니다. 순한 아 들이 아니었기에 아이 마음을 바꾸는 건 제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래서 하느님께 맡기고 기도했는데, 그 지향이 정말 빨리 이루어진 것입니다. 전 만나는 사람마 다 이 기적같은 일을 나누며 즐겼습니다.

 

그 이후로 10년, 제게 또 변화가 왔습니다. 갑작스럽 게 30년 일한 정든 SBS를 나오게 됐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라 당황했지만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던 퇴사 6일차 에 갑자기 아이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성당’에서 결혼 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들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성당에서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니! 너무 놀라고 또 기뻤 습니다. 사실은 제가 작년 초부터 성실한 신앙생활을 결 심하며 지향한 바가 있었습니다. (10년 전에 그런 기적 같은 일을 겪고도 세월이 흘러 기억은 희미해지고 전 다시 게으른 신자가 됐거든요.) 바 로 ‘첫 영성체만 받고 또 여전한(냉담자) 우리 아들이 주님 을 가까이하면 좋겠다.’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빠르게 또 주님께서 응답해 주신 겁니다. 10년 전 산티아고 일도 떠올랐고 ‘내 신상에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주님은 이렇 게 큰 선물을 주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 안에 살 짝 남았던 자그마한 앙금까지도 휙 날아가는 느낌이었습 니다. 너무 기뻐하는 저에게 혹자는 이렇게 묻습니다. “그 일이 너의 지금 상황을 상쇄할 만큼 좋은 일이야?” 당연 했습니다. 정말로 그건 제 노력으로 할 수 없는 일임을 잘 알기에 더 가슴 벅찬 일이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지? 별로 열심히 기도한 거 같지도 않은데…. 왜 이리 잘 들 어주실까? 주님이 나를 너무 사랑하시나?’ 사실 주님께서 하시는 일에 해석이 뭐가 필요할까요? 그러나 그냥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예능 피디로 35년 일한 저는 리액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일을 계획하시 는 하느님께서도 뛸듯이 좋아하는 리액션을 보는 게 즐거 우셨던 거 아닐까?’ 그래서 더 빨리 기도를 들어 주신 게 아닐까?’ 혼자만의 망상(?)일 수도 있습니다. 하하. 그러나 저는 외쳐봅니다. ‘충분히 만족’하는 ‘리액션’이 준비돼 있 으신가요? 리액션이 준비돼 있을 때 주님은 더 많은 것을 주신다는 확신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