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오늘도 미사 가야겠네?

松竹/김철이 2026. 3. 24. 14:00

오늘도 미사 가야겠네?

 

 

언제부턴가 일주일에 한 번은 시간을 내어 평일 미사 를 드리곤 합니다. 아마 제가 겪은 크고 작은 체험들 덕분 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연락이 미사 끝에 온 적, 며칠째 끙 끙대던 고민의 해답이 복음이나 미사 경문 안에서 들려온 적, 머리끝까지 났던 화가 미사 중에 씻은 듯 가라앉은 적 이 몇 번이나 있었습니다. 이럴 때 공통점은 “미사만 끝나 봐, 내가 아주 바로!”라고 생각했는데 미사 후엔 ‘그럴 필요 가 없어졌다는’ 거였습니다. 하느님이 다 알아서 해주신단 걸 느끼고 나니 제가 먼저 성당을 찾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회사에서 누군가와의 관계로 힘들어한 적이 있 습니다.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에 울기도 하고, 때론 참지 못하고 쏘아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미움에 잠식 당한 저 자신이 못나 보여 퇴근길에 터덜터덜 미사를 드리 러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슬슬 낯빛이 달라지는 저 를 본 선배가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셈작(세미 작가), 오늘 도 성당 가야겠네?” 순간,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습 니다. 심지어 종교도 없는 그 선배가 ‘저럴 거면 성당에 왜 가?’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찔했습니다. 그런데 선배는 곧 뜻밖의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런 마음이 들 때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참 좋을 것 같아!”

 

오. 정말 그랬습니다. 비록 미사 안에서의 반성과 다짐 이 생각보다 빨리 흐릿해져 같은 일을 반복할지라도, 그 렇게 또 한 번 하느님을 찾고 또 찾다 보면 어느새 조금씩 괜찮아지곤 했습니다. 그 시절 저를 괴롭게 했던 관계가 이제는 아무렇지 않아진 것처럼요.

 

미사의 은총은 끝이 없어서 제게 가족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기자에게서 이런 연락 이 왔습니다. “나 미사에 가보고 싶어요.” 며칠 후, 떨리 는 마음으로 함께한 그녀 인생의 첫 미사는 놀라움의 연 속이었습니다. 미사의 복음도, 성가도, 심지어 미사 후 마 침 기도 내용까지 그녀의 고민과 걱정을 안아주고 있었습 니다. 마주 보며 ‘우와’를 연발하는데 그보다 좋았던 순간 이 또 있었다며 꼽은 것이 신부님의 성작 설거지(?) 타임 이었습니다. 저게 무엇이길래 저렇게 조심조심 뽀득뽀득 닦으시는지, 신기하고 감동이었다며 말입니다.

 

그날 이후 저희는 퇴근하고, 미사드리고, 맛집에 찾아 가는 거룩한 루틴을 성실히 수행하였고 반년 뒤엔 대녀· 대모 관계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첫 미사에서 유독 정성 스러운 전례를 보여주시고, 마음 맞고 입맛 맞는(!) 저를 도구로 쓰신 주님의 큰 그림 덕분에 회사라는 팍팍한 곳 에서 대녀를 얻게 된 건 참 큰 은총입니다.

 

어느 성가의 가사처럼 ‘당신을 몰랐더라면 더욱 편했을 지도 모르는 그런 세상이지만’, 제게 신앙이 없었다면 큰 선물들을 놓치고 살았겠단 생각을 합니다. 저도 여러분 도, 미사 안에서도 밖에서도, 그분의 선물을 놓치지 않고 매 순간 감사드릴 수 있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