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발표작

생(生)을 고르는 법 | (수필)한비문학

松竹/김철이 2026. 3. 10. 08:00

()을 고르는 법

 

                                                      김철이

 

 

어느 외딴 섬마을에 어린 소년이 살고 있었다소년은 늘 혼자 바닷가에서 놀아야만 했다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해변에 낳아놓은 물새알을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갔다소년의 어머니는 어디서 어떻게 가져왔는지 한마디 묻지도 않고 물새알로 맛있게 반찬을 해주었다.

 

다음날부터 소년은 바닷가에서 노는 것도 잊은 채 물새알을 찾아 헤맸다하루는 물새알을 줍지 못하고 돌아오는데 어느 집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렸다가만히 가서 보니 이웃집 암탉이 알을 낳고 우는 소리였다소년은 예사로 달걀을 들고 집으로 갔다어머니는 달걀을 삶아 주었다다음날부터 소년은 바닷가도 나가지 않고 이웃집 암탉이 알 낳는 것만 살폈고소년의 나쁜 손버릇은 습관화되어 갔으며 성장해 갈수록 대담해지고 규모도 커져만 갔다끝내 소년은 익숙해져 버린 도벽 탓에 사형수가 되고 말았다사형 집행 전 면회를 신청한 그가 자기 어머니에게 어머니제가 철없던 시절 어미 새 몰래 물새알을 훔쳐 귀가했을 때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오도록 올바르게 가르쳐주셨더라면 지금 이렇게 허망하게 죽는 신세가 되진 않았을 것입니다

 

갑과 을이라는 두 나그네가 길을 가고 있었다그들이 가야 할 길은 멀고도 아득했다목적지까지 가려면 높은 산과 바다와 골짜기도 넘어야 했다갑이 말했다. “우리가 갈 길은 아직도 멉니다그러나 하늘을 바라보면서 가노라면 목적지에 닿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자 을이 말했다. “길이란 땅에 있습니다땅을 보면서 걸어가야 합니다하늘을 본다고 길이 보입니까?” 앞서 말한 을이 대답했다. “하늘을 보면 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나는 하늘을 보고 가렵니다.” 그러자 갑이 거듭 말했다. “땅을 보아야 길을 찾을 수 있지요나는 땅을 보면서 가겠습니다.” 이렇게 두 나그네는 서로 자기 의견만 고집하다가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하였다.

 

갑은 부지런히 하늘만 올려다보며 걸었다하늘의 해와 달이 길을 비추어 주었고별들이 반짝이며 가는 길을 안내해 주었다때로는 눈비가 올 것을 알려 주기도 하고바람이 부는 방향도 알려 주었다갑은 하늘의 안내에 따라 열심히 길을 갔다그리고 얼마 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였다반면을 은 땅만 내려다보며 걸었다길이 없는 숲속을 헤매고 골짜기를 건너 열심히 걸었지만 캄캄한 어둠뿐이었다몇 날을 걸어도 산도 하나 넘지 못한 채 오던 길만 뱅뱅 돌고 있을 뿐이었다.

 

슬하에 두 아들을 둔 시골의 한 어머니가 장날 밀감 한 상자를 사서 귀가했다어머니는 아들들에게 밀감 다섯 개씩을 나누어 주었다밀감 중에는 좋은 것도 있지만살짝 벌레 먹은 것도 있었다어머니는 아들들이 어떤 밀감부터 먼저 먹는가 하고 유심히 관찰했다큰아들은 다섯 개 중에서 제일 좋은 것부터 골라서 먹은 후 덜 성한 것은 맨 나중에 먹었다.

 

반면에 둘째 아들의 밀감 골라 먹는 방법은 조금 달랐다다섯 개의 밀감 중에서 제일 나쁜 것부터 먹고 좋은 것을 나중에 먹는 것이었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두 아들 중에서 성하고 좋은 것부터 먹은 큰아들을 칭찬해 주었다.

 

왜냐하면 밀감 다섯 개 중에서 처음에 제일 성하고 맛깔나 보이는 것부터 먹은 후 남은 것 중에서 또 가장 좋은 것을 골라 먹은 큰아들은 밀감 다섯 개를 하나씩 먹을 때마다 좋은 것부터 골라 먹었기 때문이다둘째 아들의 경우엔 반대로 다섯 개의 밀감을 먹을 때마다 가장 나쁜 것만을 골라 먹은 셈이 된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한 젊은이가 있었는데 젊은이는 강의 흐름을 표시한 정밀한 지도 한 장을 구했다이미 그 강의 탐색을 마친 전문가들이 만들어놓은 지도였다그는 지도를 꼼꼼히 살피면서 자신만만하게 강을 따라 내려갔다.

 

그런데 하룻길쯤 지나서 강의 흐름이 지도와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곳에 다다르게 되었다지도만 의지해온 젊은이는 몹시 당황했고 어찌할 바를 몰라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젊은이는 오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갑자기 갖고 있던 지도를 강에 내던졌다지도에 의지하던 의타심을 버리고 스스로 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젊은이는 새롭게 지도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하나는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지도를 의지하여 따라가는 길이고또 다른 하나는 자기 창의성을 발휘하여 스스로 지도를 만들며 나아가는 인생길이다곧 밝아올 병오년 붉은 말띠해에는 세상 모든 이들이 의타심 없이 무한한 창의성으로 각자의 인생길을 개척해 나아가기를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