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이제야 시작된 하느님과의 대화

松竹/김철이 2026. 3. 10. 14:20

이제야 시작된 하느님과의 대화

 

 

저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의 신앙 안에서 자라온, 소 위 말하는 ‘천주교 진골(?) 신자’입니다. 어릴 때부터 다 녔던 성당은 제 삶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해 왔고, 초등부 복사단을 시작으로 중·고등부 학생회장, 청년 전 례단장까지 다양한 직무를 맡아 봉사하며 지내왔습니다. 그러나 불혹을 지나며, 믿음이 시간만큼 성숙하지 않았 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맡은 역할에는 충실했지만, 말씀 앞에서는 여전히 머뭇거리는 신자였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불교 신자였다가 개신교로 개종한 친구로부 터 표지가 해질 때까지 성경을 여러 차례 완독했다는 이 야기를 듣고, 저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오랜 신앙 경력에도 불구하고,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읽 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 앞에서 유아세례를 받은 천주교 신자라는 자부심이 얼마나 껍데기에 불과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매주 미사에서 수동적으로 듣고 있던 독서와 복음이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온 겉모습만 신자였습니다.

 

두꺼운 성경을 곧바로 펼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끄러움과 조급함을 내려놓고 어린이 만화 성경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성경 요약서를 탐독 했고, 신부님께서 진행하시는 유튜브 성경 강의를 꾸준 히 시청했습니다. 성경을 배경으로 한 명화들도 감상하 며, 말씀에 조금씩 친숙해지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밑판을 다지고 성경을 펼치자, 말씀은 제 삶과 무관한 이 야기가 아니라 저에게 말을 거는 살아 있는 음성으로 다 가왔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 는 듯했습니다. “사비노야, 드디어 우리가 대화할 시간이 되었구나. 과거를 증명하지 말고, 오늘을 나와 함께 살아 보자.”

 

하느님께서는 이 작은 결심에 ‘과외’까지 붙여 주셨습 니다. 회사 가톨릭 교우회에서 진행하는 성경 공부에 참 여하게 된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점심시간마다 신부 님께서 들려주시는 성경 이야기는 바쁜 일상에서도 하느 님께 시선을 돌리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습니 다. 가끔 일상에 밀려 말씀을 놓칠 때도 있지만, 분명히 알게 된 한 가지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시간은 언제나 ‘지 금’이라는 사실입니다. 하느님께 늦은 시작은 없습니다. 저도 하느님과의 대화가 이제 시작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 말씀을 펼치지 못하고 계신 분 들이 있다면, 저처럼 작은 용기를 내어 성경에 친숙해지 는 시간부터 가져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조금만 찾아보 면 주변에는 이미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성경 공 부 콘텐츠와 나눔의 자리가 있습니다.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시편 119,105) 그 빛 앞에 서는 순간이 바로 시작입니다. 오늘, 하느님께서 여러분 을 부르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