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님과의 간격은 어떠하십니까?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인천가톨릭대학교 성김대건 본당 주임)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개체 공간’이라는 개 념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와 거리를 설명합니다. 모든 개체는 자기 주변에 일정한 공간이 필요하 고, 다른 개체가 그 안에 들어오면 긴장과 위협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족은 20cm, 친구는 46cm, 회사 동료 1.2m…. 이런 식으로 공간과 거 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아마 엘리베이터 안에 서 거리를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과연 딱 붙어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 마 최대한 거리를 벌리고 서 있을 것입니다.
사랑의 강도와 그 깊이에 따라 그 간격이 좁아 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물리적인 거리 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거리도 포함됩니다. 그래 서 사랑할수록 그 거리는 좁혀지게 됩니다. 가까 이 있어야 편안해지고, 또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 아집니다.
주님과의 간격을 생각해 보십시오. 종종 주님과 물리적 간격이 먼 분을 보게 됩니다. 몇 차례 주일 미사에 나가지 않다 보니 성당 가는 것이 어색해 졌다고 말씀하십니다. 냉담하시는 분의 대부분은 주님과의 간격이 멀어진 것으로 주님께 대한 사랑 의 강도와 깊이가 줄어든 것입니다.
여기에 정신적인 간격도 멀어진 분이 많습니다. 성당에 의무적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주님과 인간 의 대화라고 하는 기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도하는 것이 귀찮고 불편합니다. 세 상일에 대한 관심이 더 높습니다. 이 역시 주님께 대한 사랑의 강도와 깊이가 줄어든 것입니다.
주님과의 간격을 좁힐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 서 주님께서는 새 계명으로 “서로 사랑하여라.”(요 한 13,34)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사 랑한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할 것을 명령하십니 다. 주님께서 사랑 그 자체이기에, 사랑은 주님에 게서 오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가 사랑하면 주님과 함께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주님과 가까워지게 됩니다. 주님을 알 수 있게 되고, 주님께서 주시 는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능하신 주님 이시기에 그분과의 간격이 좁아질수록 더 큰 은총 안에 머물게 됩니다.
제1독서에서, 바오로와 바르나바가 열심히 하 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 습니다. 지금처럼 교통이 편한 것도 아니었고, 편 안한 잠자리를 제공받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주님 께 대한 큰 사랑으로 간격이 매우 좁아진 바오로 와 바르나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 다. 그리고 그들도 사랑할 수 있도록 계속 믿음에 충실하라고 격려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나만 사랑하라고 하시지 않았습니 다. 대신 ‘서로 사랑하여라’라고 말씀하시면서, 우 리 모두 사랑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기를 바라십니 다. 그런데 ‘서로’보다 ‘나만’을 내세우면서 주님과 의 간격을 더 멀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제2독서에서 요한 사도가 보았던 ‘새 하늘과 새 땅’을 우리도 봐야 합니다. 이 새 하늘과 새 땅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새 계명의 실천을 통해서 만 이루어집니다. 주님과의 간격, 이웃과의 간격 모두가 줄어들어 새 하늘과 새 땅을 볼 수 있도록 주님의 새 계명을 열심히 실천해야 합니다.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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