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의 기도
저는 오늘도 아이가 전화를 끊으며 “엄마, 사랑해.”라고 하는 말에 가슴 한켠이 찡합니다. 아마도 이 평범한 일상 이 한때는 꿈꾸지 못한 순간이었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25주 2일 680g. 저희 둘째 아이가 태어난 순간의 기록 입니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아주 일찍 그리고 아주 작게 태어났습니다. 처음 아이를 만나던 순간을 지금도 잊 을 수 없습니다. 아이는 정말 작았습니다. 손발이 제 손 가락 한 마디 정도밖에 안 되었으니까요. 인큐베이터 안 의 그 작디작은 아이는 온몸이 멍든 상태였고, 작은 손발 에 주삿바늘을 꽂은 채로 주렁주렁 많은 약을 달고 고통스 럽게 누워 있었습니다. 주어진 면회 시간은 30분, 그 시간 내내 그저 주저앉아 울기만 했던 것이 아이와 첫 만남이었 습니다. 눈앞이 깜깜해졌다는 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아이의 상태는 좋지 않았고 저는 그 어떤 희 망도 품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이가 아 픈 게 제 탓 같아서 미안했고,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저를 더욱더 힘들게 했습니다. 할 수 있 는 건 기도뿐이었는데, 그때는 감히 살려달라는 기도도 하 지 못했습니다. 제 부족한 기도의 내용은 그저 오늘 하루 만 아이를 지켜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고통 이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덜하길 청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갔습니다. 처음에는 고통에 괴로 워하던 얼굴만 보여주던 아이가 2주가 지나 미소를 지어 주었고, 50일 때는 처음으로 그 작은 손을 잡을 수 있게 될만큼 조금씩이지만 분명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미숙아 망막증부터 탈장, 뇌출혈 등 이른둥이들에게 생길 수 있 는 상황들을 많이 겪긴 했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하루하 루, 천천히 모든 것들이 좋아졌습니다. 그렇게 106일이 지난 날, 680g이었던 몸무게는 2,472g이 되었고 비로소 아이는 집에 올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살아서 집에 왔다 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또 하루하루가 쌓여 아이는 올해 11번째 생일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당시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잘 자라주었습니다. 성당에서는 제법 의젓하게 복사도 서고 전례 봉사도 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방문했던 안과에서 이제는 오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또 하나의 기적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좀처럼 올라가지 않 던 시력이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기도의 힘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도 부족한 저의 기도, 그리고 주위의 많은 분들이 함 께해 주신 간절한 기도가 모여 기적을 만들어 냈다고 믿 습니다.
아직 모든 치료가 끝난 것이 아니기에 지금도 가끔 아 이가 정말 잘 자랄 수 있을지 걱정과 불안이 몰려올 때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순간이 오더라도 하느님께 서 함께하실 것을 믿기에 저는 오늘도 아이를 지켜주시길 청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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