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松竹 김철이
무슨 사연 지녔길래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데
뒷벽 숨어 오르는가,
가냘픈 넝쿨손 검푸른 피멍이 들도록
고해성사라도 할 참인지
사제관 창틀을 붙잡고
목매 애원하듯
나날이 창안을 기웃거린다.
들창을 지나고
어느새 벽을 지나서
올해는 첨아(檐牙) 밑까지 올랐는데
내년 여름엔 어디만큼 오를지
천국을 향해
높다랗게 솟은 종탑으로
안간힘 다해
뻘뻘 오뉴월 기어오른다.
두 눈 뻔히 뜨고
세상 불의 다 보고도 모르쇠로
침묵하는 인간사
참회의 기회 연년이 베풀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