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松竹 김철이
배산盃山은 엎은 술잔
높이 떠받들어 축배 들 채비로 검푸른데
속 모르는 꽃샘추위
희끗희끗 때늦은 눈발로 중턱을 뒤덮고
가지마다 앞다퉈 앙가슴을 부풀린다.
삼사월이 빚어낸 걸작품
한 잎 두 잎 짬짬이 엮어 내리더니
골목골목 들락날락
새봄 소식 꽃잎 뿌려 소소히 전한다.
산도 들도 화사하니
시절은 경치 고운 호시절이라
연년이 못다 쓴 사연
올 봄엔 점점이 다 적을 심사인지
꽃바람에 실린 꽃비로 쏟아져 내린다.
산과 들에 도깨비불로 무수히 날리는데
저 불은 그 누가 끌는지 몰라도
수수방관하는 자들만이
환호와 갈채로 앞다투어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