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의 열매를 맺어갑시다.
김도겸 아론 신부님(봉안경당 담당)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 서두에서 사 람들이 예수님께 와서 갈릴래아 사람들의 참변을 전 합니다. 이와 비슷한 참변은 요세푸스의「유다고사」 (18,4,1)에서도 전해져 옵니다. 즉, 빌라도 총독은 35 년 그리짐산으로 제사를 지내기 위해 올라가던 사마리 아인들을 대량으로 학살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 서는 빌라도가 희생제물로 바칠 짐승을 몰고 예루살렘 가던 갈릴래아 사람들을 무참히 살육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시고, ‘여러분도 회개하지 않으면 그렇게 멸 망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이 말씀이 지 금 회개하지 않으면 갈릴래아인들처럼 현세에서 멸망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회개하는 사람들에게 현세적 상급을 약속하신 적도 없고, 회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현세적 징벌을 선언하신 적도 없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은 회개하지 않는 이들에게 종말 심판 (루카 10,13-15: 11,31-32)을 예고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시대 바리사이들은 죄를 지으면 현세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져 죽은 열여덟 명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여러분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실로암’ 은 예루살렘 시내 동남부에 있던 저수지입니다. 다윗이 점령하여 수도로 삼은 예루살렘에는 ‘기혼샘’ 하나만 있었는데, 기혼샘은 예루살렘 동쪽 성 밖에 있었기 때문에 시민들이 물을 길으러 다니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적군이 샘을 점령했을 경우 식수를 구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다 임금 히즈키야(기원전 716-687년 제위)는 땅굴을 뚫어 성 밖 기혼샘의 물을 성안으로 끌어들이고 실로암 저수지를 만들었습니다. (요한 9,7) 따라서 ‘실로암에 있는 탑’은 실로암 저수지 부근 성벽의 탑이었을 것입니다.
마지막은 예수님은 ‘열매 맺지 않는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이 비유는 루카 복음에만 나 오는 내용입니다. 무화과는 식용으로 사용되었고, 약 속의 땅을 대표하는 과일 중 하나로(민수 13,23 참조) 행복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미카 4,4) 오늘 예수님 의 비유에서 무화과나무는 이스라엘 백성을 뜻합니다. (호세 9,10: 미가 7,1: 예레 8,13) 그리고 열매 맺지 않는 나무를 잘라 버린다는 말씀은 회개하지 않는 사람은 종말에 단죄의 심판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마태 7,19) 예수님은 마지막에 당신 말씀의 의도를 드러내십니다.
“…금년만 그냥 두십시오.…내년에는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것을 잘라 버리시지요.” 그렇습니다. 지금 회개하지 않는다면 종 말 심판을 면할 길이 없다는 것이 비유의 핵심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역시 무화과나무와 같은 존재들입니다. 주님께서 이 땅에 심으신 유일한 나무들입니다.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진 시간’을 잘 보내며 풍성한 열매를 맺어가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은혜로운 사순시기에 회개의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만일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을 생각하고, 하느님을 말하면서도 회개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믿음 ·생각·말 모두 거짓이 되고 맙니다. 우리의 ‘온 삶 으로’ 믿음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그 실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회개입니다. 사실 믿음과 회개는 하나입니다. 은총의 사순시기에 저마다 회개의 열매를 맺어갑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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