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따리

신앙 이야기 | 내가 꿈꾸는 성가정

松竹/김철이 2025. 3. 10. 10:15

내가 꿈꾸는 성가정

 

 

모태신앙으로 시작된 나의 신앙생활은 사춘기 시절의 방황을 제외하고는 나의 중심이었다. 초등 부, 중고등부 시절을 지나 청년이 되자, 나의 신앙 생활을 돌이켜보면 중고등부 교사 10년과 청년기 5년을 열정적으로 보냈다. 그동안 하느님께서 나의 반쪽도 선물해 주셨다. 그렇게 결혼을 앞두고 하느 님이 보시기에 신앙적으로 좋은 성가정의 모습은 어떠한지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성당에서 혼인 성사를 통해 결혼하고, 꾸준히 신앙생활을 하는 것 이 나에게 주어진 성가정이라면 뭔가 부족해 보였 다. ‘늘 하던 신앙생활인데, 성가정이라고 하면 무 언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고민이 길어졌다. 그러던 중 혼인미사 준비를 위해 주례신 부님을 찾아갔었다. 신부님께서는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서 이 말씀을 잘 새겨보라며 성경 구절을 알 려주셨고, 그 말씀을 적어 두었다.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 사랑은 완 전하게 묶어주는 끈입니다.” (콜로 3,14)

 

그 뒤로 결혼을 준비하는 동안 지금의 아내와 함 께 저녁에 이 말씀으로 기도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 서 내가 꿈꾸는 성가정에 대해 ‘신앙 안에 우리의 사랑을 입으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사랑을 간직하며 살아가자고 서로 다짐했다. 그렇 게 우리는 결혼했고, 1년 뒤에 하느님께서 축복과 도 같은 아이도 선물해 주셨다. 이렇게 사랑을 입으 며 내가 꿈꾸는 성가정이라는 것을 만들어 가는 듯 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라는 큰 위기가 찾아왔고, 성당에서 미사드리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1년, 2년이 흐르고 매주 성당에서 주님을 찾던 우리 가족은 점점 성당 과는 멀어진 채 내가 꿈꾸고 있었던 성가정의 모습 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나도 사랑하고 있겠지, 사랑 해 주실 거야….’라고 생각하며, 성당에 가기 싫어하 는 아이를 핑계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그사이 미사라는 것은 귀찮고, 가기 힘든 것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점점 멀어져가고 있을 때 우연히 장롱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결혼 청첩장을 찾게 되었다. 그리 고 추억에 잠겨 열어본 청첩장에는 결혼 전 신부님 께서 말씀해 주셔서 적어 놓았던 그 성경 구절이 있 었고, 오랜만에 읽게 된 것이었다. 그 순간 내가 꿈 꿔왔던 성가정과 사랑으로 묶어둔 신앙이 온데간데 없어지고, 하느님의 사랑을 외면하고 있었다고 생 각하니 참으로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열정적으로 생활했던 그 시절의 신앙은 하느님 사 랑에 대한 나의 응답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응답하 고 있지 않고, 이해와 용서만 바라고 있었다고 생각 하니 속상하고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다. 그렇게 아 내와 나는 자녀를 데리고 성당에 다시 가게 되었다. 결혼하고 늘 하던 신앙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 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지나고 보니 깨닫게 되었 다. 무언가 다르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가 유지하고 있는 신앙생활을 결혼 후에도 가족과 함께 유지하는 것, 그것이 어찌 보면 신앙에 사랑을 입히는 성가정의 모습이 아닐지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 자녀와 함께 신앙에 사랑을 입는 과정에 많 은 고난과 역경이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꿈꾸는 성 가정의 모습에 조금은 가까워지도록 기도해야겠다.

 

성당과 멀어졌던 시간에서 벗어나 내가 꿈꾸는 성가정을 잘 유지하라고, 성경 말씀으로 응답해 주 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코로나 이후로 지금도 신앙생활을 멈춘 형제자매분들이 계신다면 성당으 로 돌아오길 바란다. 함께 신앙생활을 유지할 수 있 도록…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