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따리

신앙 이야기 | 파테르 노스테르 (우리 아버지)

松竹/김철이 2025. 2. 24. 08:09

파테르 노스테르 (우리 아버지)

 

 

평화를 빕니다.

저는 교구 청소년사목국이 주관하는 제8기 청 년 도보 성지 순례에 참여하였습니다. 행사 당일 핸드폰을 제출하며, ‘내가 사는 삶에서 벗어나 주 님과 가까워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순 례길의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첫날 미사 봉헌 후 순례가 시작되었습니다.

 

조원들과 걸으며 묵주기도를 봉헌했지만, 속 도에 따라가지 못해 차츰 뒤로 밀리게 되었습니 다. 조원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마음속으로 는 이런 속도라면 차라리 포기하고, 조원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행 히 포기하지 않고 목적지인 ‘꽃동네 교황 프란 치스코 센터’에 무거운 몸으로 도착하였고, 숙 소에서 룸메이트와 휴식을 취한 뒤 저녁 프로그 램 참여를 위해 강당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떼제 (Taizé) 기도 시간이었습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 성화와 ‘세족례’ 성화가 있었는데, 처음엔 그 저 힘들고 지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성가가 강당에 울려 퍼졌고 자유 기도 봉헌 시간 이 되었고, 제 차례에 십자가 경배를 하고 ‘엠마 오로 가는 길’ 성’를 보자 자연스레 아버지가 떠 올랐습니다.

 

작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그 전날 같 이 손잡고 길을 가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옆의 ‘세족례’ 성화로 시선을 옮겨 무릎을 꿇고 멍하니 보고 있던 중 갑자기 눈물이 확 나며, ‘아빠… 나 혼자 일어서기 너무 힘들다. 도와줘, 제발. 아빠 생전에 핑계를 대며 단 한 번도 발을 못 씻겨 드려 죄송해요.’라고 부르짖던 중 “두려워 말라 걱정 을 말라”라는 성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주님의 품 에 계신 아빠께서 위로해 주신다는 생각에 저는 큰 위로를 받고 조원들과 나눔 후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하였습니다. 그날 밤 꿈에 아버지께서 나 타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의 애칭을 불러주 며, “작은 돼지야, 포기하지 마! 너가 지금 생각하 는 포기는 단지 핑계 중 제일 미련 없는 핑계일 뿐 이야. 그러니 힘들면 포기하지만, 아빠가 늘 너의 뒤에서 밀어줄 테니 끝까지 완주해라. 너는 누구 보다 멋진 우리 아들이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체험을 하고 다시 힘을 얻은 저는 오메 가 조에 합류하여 둘째 날에도 끝까지 걸어 목적 지에 도착하였고, 첫날처럼 지쳐있을 때 때마침 아빠의 말씀과도 같은 노래 가사가 흘러 들어왔 습니다.

 

“나는 할 수 있다 또 한 번 다짐해도 / 텅 빈 가 슴에 남은 건 오직 절망과 두려움뿐 / 두려워하 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 모든 것이 다 변해도 넌 나의 사랑 / 차가운 세상이 거칠게 막 아서도 / (중략)당신께 매달려요 구해달라고 / 말 없이 손 내밀어주시는 당신 / 괜찮다 걱정 마라 구해주시니 / 여전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죠(하략)”(성가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에서)

 

또다시 저는 지친 마음을 이겨낼 힘을 얻었고, 셋째 날에도 응원하는 아빠의 힘과 목소리를 느 끼며 목적지까지 완주하였습니다. 다른 이가 아 닌 아빠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고, 항상 든든하게 내 옆에 하느님과 함께 계시는 아 빠가 계신다는 힘을 느끼며 2박 3일간의 제8기 인천 청년 도보 성지 순례의 행복한 여정과 여행 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현실에 지쳐있는,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에게 미약하나마 힘이 되는 성경 구절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창세 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