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에 약한 나의 약점은?
이준건 콜베 신부님(신기동 본당 주임)
며칠 전 재를 머리에 받으며 회개와 보속의 시기 를 시작했습니다. 예수님 부활을 맞이할 준비의 시간 입니다. 그 첫 주일 루카 복음을 통해 유혹에 대해 묵상합니다.
유혹은 가장 약한 데를 공략합니다. 목마른 사람 에게 물을, 배고픈 사람에게 빵을, 빚진 사람에게 재물을 들이밀면서 쉽게 넘어가도록, 그리고 넘어간 다음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여러 가지 이유로 합리화를 시키도록 합니다.
창세기에 하와가 하느님의 말씀보다 뱀의 이야기에 넘어갑니다.(창세기 2장과 3장 참조) 뱀은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건드렸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안정), ‘도대체 네 권한은 없느냐?’(힘)
유다교 랍비들은 이 사실을 아주 재미있게 설명 했습니다. 하와가 유혹에 넘어간 원인은 바로 하와가 너무 말을 많이 했던 사실에 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실제로 하와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보태서 이미 사실을 왜곡하여 말했고 바로 그 부분을 사탄은 파고 들었습니다. 오히려 ‘죽지 않게 되고’(힘)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된다.’(힘)를 미끼로 하 와의 욕망을 낚아챈 것입니다.
요한 1서 2장 16절에 “육체의 쾌락과 눈의 쾌 락을 쫓는 것이나 재산을 가지고 자랑하는 것은 아버지께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고 세상에서 나온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광고 방송을 보다가 ‘지 름신’에 당하고, 두려움과 걱정으로 포장한 보이스 피싱에 자신의 정보를 넘겨줘 많은 것을 잃는다고 하죠. 야고보서 1장 14절에 “사람은 자기 욕심에 끌 려서 유혹을 당하고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자라면 죽음을 가져 옵니다.”라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탄을 십자가에 매달지 않으시고 스 스로 십자가를 지셨고 달렸습니다. 나약한 인간으로 매력 있게 다가오는 뱀(유혹)을 감당하기엔 너무나 나약하기만 합니다.
예수님도 유혹을 받으셨는데, 우리에게도 유혹은 늘 가까이 있습니다. 유혹을 두려워하기보다 오히려 주님의 자녀다움을 증거할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성경 말씀에 더욱 친숙해지고, 성사 생활에 게을러지지 않도록 합시다. 십자가 앞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주님께 도움을 청하며 신앙인의 모습을 배가함으로써 이번 사순절이 은총의 시간이 되도록 합시다. 거울을 앞에 둔 사람은 자신의 매무새를 흐트러지게 하지 않습니다.
하와는 뱀의 속삭임을 듣고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하느님의 명령을 들었을 때와는 다른 내용을 들으니 혼란이 왔습니다. 흔들린 마음으로 보니까 군침이 돌았고 삼켰습니다. 혼란이 온 것은 누구의 말이 자 신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인지, 그래서 발끈하여 쟁점을 흐렸고, 자신의 주장을 과장하여 강하게 항변하려다가 꼬였습니다.
우리도 듣고 봐야 할 것에서 중심을 잘 잡도록 합시 다. 그럴듯한 거짓, 가짜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분별 력을 청합시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평정 심을 갖도록 합시다. 신앙생활은 결코 감정과 기분에 따르지 않고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시작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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