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데로 나아가라”
이준연 사도 요한 신부님(청주성모병원 병원장)
“물고기를 많이 잡는 방법이 뭘까?”
“Chat GPT에게 물어봐”
요즘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만능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마치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하느님보다 우선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시몬 베드로의 배에 오 르시어 ‘깊은 데’로 가서 고기를 잡으라고 하십니다. 깊 은 곳은 희망과 기회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험 이 따르며 사고가 나면 죽을 확률이 높습니다. 베드로 는 밤새 그물을 던졌지만, 물고기를 잡지 못했기 때문 에 지쳐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다시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고 하십니다. 어부는 어 디에서 물고기가 많이 나오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 니다. 여기에서 베드로의 운명을 바꿀 선택이 시작됩니 다. 그는 자신의 지식과 뜻을 따를 것인지 예수님의 말 씀을 따를 것인지 고민하고 망설였을 것입니다. 결국 베드로는 “스승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내리겠습니다”(루 카 5,5) 하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따릅니다. 그러자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됩니다.
병원 경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깊은 데로 나아가 라’라는 주님 말씀을 자주 묵상하게 됩니다. 특히 수련 병원으로서 전공의 파업 등 어려운 상황을 마주할 때 주님의 초대는 큰 위안이 됩니다. 건강과 생명을 증진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에 봉사하 는 일입니다. 생명은 우리가 하는 모든 가치가 의미 있 게 실현되기 위한 근본 가치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살 아 있음의 의미를 전적으로 ‘효율성’과 ‘성과’에 따라 평 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병들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될 때 삶의 의미가 없어 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은 효율성의 잣 대로 평가할 수 없으며, 존재 자체로 인정받고 존중받 아야 하는 귀한 존재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는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장이 될 것입 니다. 모든 환자가 하느님의 소명에 응답하며 마지막까 지 축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전문적인 돌봄을 제공할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는 오늘 각자의 자리에서 ‘깊은 데로 나아가라’라고 초대하십니다. 밤새 그물을 던졌지만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한 것처럼 살아가면 서 수없이 많은 고통과 절망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지식이나 인공지능(AI), 심지어 점술이나 주술 적인 것에 의지하기보다 예수님 말씀에 귀 기울여 듣고 실천하십시오.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축복해 주신 주님께서 여러분을 행복의 길로 인도해 주실 것이라 확신하며 가정에 신앙의 열매가 가 득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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