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행복을 들고 먼저 나를 찾아오신 당신 | 이진욱 미카엘 신부님(원신흥동 주임)

松竹/김철이 2024. 12. 24. 21:30

행복을 들고 먼저 나를 찾아오신 당신

 

                                                                               이진욱 미카엘 신부님(원신흥동 주임)

 

 

마리아가 사촌 엘리 사벳을 찾아간다. 중 요한 것은 마리아가 먼 저 엘리사벳을 찾아갔 다는 사실이다. 그리 고 더 중요한 것은 마 리아를 향한 엘리사벳 의 칭송 속에 마리아가 가졌던 믿음에 대한 확 증이 들어있다는 사실 이다.

 

루카는 표현한다. 엘 리사벳이 성령으로 가 득 차 이렇게 외쳤다고.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 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지 않은가? 마리아는 이 표현을 메시아 탄생 예고의 순간에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이미 들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 그리 고 믿었다. 오늘 엘리사벳은,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한 다면 엘리사벳을 통해 성령께서는, 그렇게 하느님께 서 하시고자 하는, 이해되지도 않고 말도 안되고, 한 편으론 무겁고 거부하고 싶은 그 일을 받아들인 마리 아의 믿음을 확증해 주고 계신다.

 

언뜻 보기에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찾아간 이유를 우리는 사실 확인의 차원이나, 연하의 위치에서 웃어 른을 먼저 찾아 뵙고 축하 인사를 드려야 한다는 당위 성, 또는 하느님의 놀라운 은혜를 입은 기쁨을 공유 하고 같은 처지를 나누기 위해 찾아갔을 것이라고 묵 상한다.

 

물론 그렇게 묵상해도 좋겠지만 본질은 기억하자. 중요한 건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먼저 찾아갔다는 사 실! 하느님을 잉태한 마리아가 먼저 요한을 잉태한 엘리사벳을 찾아갔다는 사실! 다시 말해 예수님이 자 신의 선구자 요한을 먼저 찾아갔다는 것! 신학적으로 보자면 하느님이 인간을 먼저 찾아가셨다는 것이다. 이는 하느님께서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인간 마리아 를 먼저 찾아가셨다는 사실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하느님은 그렇게 인간을 항상 먼저 찾으 신다. 그게 하느님의 방식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하느님께서 인간을 먼저 찾으셨다 는 사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까? 인간 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까지 품을 수 있었던 마리아의 믿음의 대단함? 그 답을 우리는 이 말씀에 서 얻을 수 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 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그렇다. 행복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고, 찾고, 말하고, 갈구하는 행복 이다. 우리는 이 행복을 찾기 위해 얼마나 분주히 움 직이며 사는가? 또 행복해지고 싶어서 무엇을 가지 고, 얻고, 모으고, 입고, 치장하고, 먹고, 의지하며 사는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자. 과연 내가 의지 하고 믿었던 그 행복의 조건들이 과연 얼마나 오래갈 까? 나를 영원히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느님께서 인간을 먼저 찾아오신 이유를 나는 생 각한다. 인간이 알지 못하는 행복을 주고 싶으셔서! 그것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행복을 말이다. 다만 그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마리아 의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림 시기를 통해 교회는 그 믿음을 갖기 위한 조건으로 회개를 가르쳤 고, 그렇게 회개를 통해 깨끗한 빈 그릇으로 마련된 믿음을 가졌을 때, 그 그릇 안으로 완전한 행복인 하 느님이 스스로 자신을 담아 넣으실 것이라고 선포하고 있다.

 

이제 곧 주님께서 영원한 행복을 들고 친히 먼저 나를 찾아오시겠단다.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