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3일📸] 한 땀 한 땀 가죽에 청춘을 바치고 인생을 새긴다! 가죽을 사려면 이곳으로! 서울 신설동 가죽종합시장 72시간 | KBS 2016.01.24 방송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mr1K8A8VTJQ
■ 가죽의 모든 것, 신설 가죽 종합시장
만질수록 깊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매력이 더해지는 가죽! 가죽에 청춘을 바치고 한 땀 한 땀 가죽에 인생을 새기는 신설 가죽 종합시장 사람들의 3일, 72시간.
가죽을 사려면 이곳으로 와라! 형형색색의 온갖 가죽들이 자태를 뽐내는 이곳, 신설 가죽 종합시장이다. 성수동과 함께 ‘가죽의 메카’로 불리는 신설 가죽 종합시장. 이곳에는 소가죽과 양가죽, 돼지가죽은 물론 구하기 힘든 악어가죽, 뱀가죽 등 없는 가죽이 없을 정도다. 게다가 가죽공예에 필요한 부자재와 공구까지, 가죽에 대한 모든 것을 원 스톱으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신설 가죽 종합시장이다.
1970년 대, 공장에서 가죽제품을 생산하고 남은 잉여 가죽을 덤핑으로 팔면서 형성된 신설 가죽 종합시장. 한때 수출산업의 한 축을 이끌며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했던 가죽 산업이었지만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사양길로 접어들었고 신설 가죽 종합시장도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죽 공예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전국 각지의 젊은이들이 이 시장을 찾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는 신설 가죽 종합시장. 이곳을 꾸준히 지켜온 사람들과 새로이 가죽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의 3일이다.
■ 가죽과 인생, 오랠수록 깊어지다
붓글씨로 쓴 듯한 간판, 헤지다 못해 지워져버린 간판 등 40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신설 가죽 종합시장. 이곳에 위치한 150여 곳의 상점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바로 악어가죽, 뱀가죽 등 특수 피혁을 다루는 박정봉 사장의 가게다. 젊은 나이에 다녔던 회사에서 수입한 가죽 원단의 설명서를 보면서 가죽 공부를 했던 박정봉 사장. 그렇게 가죽에 발을 들인지 35년, 그는 이 시장에서 가죽 박사로 통한다. 그의 가게를 찾는 젊은 손님들은 물론, 학생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가죽에 대한 전문지식을 알려주는 박정봉 사장은 가죽을 팔고 가죽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그것에 대해 모르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오늘도 열심히 ‘가죽 강의’를 한다.
30년간 신설 가죽 종합시장에서 재단 집을 운영 중인 이한신 사장도 어린 나이에 가죽의 길로 들어섰다.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단돈 250원을 들고 고향인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온 이한신 사장. 지인 밑에서 가방 만드는 기술을 배운 것이 평생의 밑천이 되어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게 된 그는 이곳에서 자식을 키워내고 집까지 마련했다.
비록 여전히 사양길을 걷고 있는 가죽 산업의 명맥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지만 가죽에 청춘을 바친 이들의 인생은 이곳에서 가죽과 함께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가죽 공부를 했을 땐 누구한테 교육을 받았던 게 아니고 내가 원단 주문할 때 원단 설명서를 보내줬거든요. 그러면 그걸 밤새워서 공부해요. 그리고 또 공장에 가서 기술자한테 많은 걸 배웠고요. 오랜 시간 배웠어요.”
■ 가죽시장에 새바람이 불다
유난히 추운 올겨울만큼 꽁꽁 얼어붙은 가죽 산업. 그러나 최근 가죽 공예의 매력에 빠져 시장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이곳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신설 가죽 종합시장의 한 공방에서 일을 도우면서 수업을 수강 중인 오승우 수강생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가죽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아직 대학생의 신분인 그는 군대를 제대하고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에 알게 된 가죽 공방에서 자신의 꿈을 찾았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는 오승우 씨. 포부가 당찬 그의 꿈은 언젠가 자신이 만든 가방을 많은 사람들이 메고 다니는 것이다.
오래된 간판으로 그득한 이곳에 얼마 전, 젊은 여자 사장님이 가죽 공방을 열었다. 20대의 어린 나이에 오빠와 함께 가방 부자재의 유통·판매를 시작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는 김운해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한 푼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 점심을 가장 싼 백반으로 해결하며 치열한 20대를 보낸 김운해 사장. 그 덕에 공장은 자리를 잡았고 김운해 사장은 작년 가을에 독립해 이곳에 공방을 차렸다. 그녀 덕분에 어두운 골목이 밝아지고 시장의 미래도 밝아졌다는 시장 상인들. 오랜 시간 이곳에 터를 잡은 상인들의 뒤를 이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의 비상이 시작된다.
“지금 처음으로 상표 등록까지 신청한 상태예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하면서 새로 배우는 게 정말 많아요. 일단 재봉틀 사용하는 법, 칼 잡는 법 다 새로 배우니까 그냥 살아있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 이 영상은 2016년 1월 24일에 방영된 [다큐멘터리 3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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