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착각
신진수 골롬바노 신부님(송정성당 주임)
여러분은 혹시 적당한 신앙생활과 손해 보지 않는 봉사활동 정도로 하느님의 축복과 삶의 기적적인 변 화를 꿈꾸고 있지는 않습니까? 많은 신앙인들이 하느 님과 적당히 사랑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하느님의 사 랑을 전혀 느끼지 못하면서 불안해하지 않고, 이웃을 적당히 사랑하고, 미워하는 삶으로 자신의 행복이 보 장된다고 믿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첫째 계명과 둘째 계명을 적당히 지키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습니다. 마음, 목숨, 정신, 힘을 다하라고 하셨고,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고 하셨 습니다.(마르 12,29-31참조) 불행하게도 오늘날 많은 신 앙인들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상 실했습니다. ‘사랑의 불구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 채 자신이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 습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 다는 것(들어라)입니다. 신앙인들이 주님의 말씀을 듣 기 위해 멈추지 않고, 잠깐의 시간조차 내지 않고, 기 도하더라도 자기 말만 합니다.
자신이 하느님을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를 확 인해 보려면, 이웃(배우자, 가족, 교우들)에 대한 사랑 을 점검해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 지 않으면서 이웃을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착각 입니다. 이웃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하느님을 사랑한 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착각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 지 않는 사람이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이웃이 자신에 게 피해나 손해, 조롱과 모욕을 주지 않을 때까지입니 다.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하느님이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삶에 이해할 수 없는 고통과 어려움이 생 기지 전까지입니다.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에 실패하는 이 유는 세상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고도 하느님을 사 랑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고, 세상이 주는 위로 를 끊어내지 않고도 예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신앙에서 ‘양다리’를 시도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주는 위로를 끊어내지 않으면 우 리는 ‘영적인 불구자’가 됩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 지 못하게 되고, 사랑없는 껍데기와 같은 삶을 살게 됩 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것을 사랑하게 되고, 하느님께서 아파하시는 것을 안 하게 되고, 하느님을 위로해 드리는 것에서 기쁨을 찾 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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