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露
松竹 김철이
마냥 푸를 것만 같았는데
청춘을 잃어가는 듯
푸르던 잎새 누릇누릇 곰삭아갈 적에
밤이슬 막무가내 저승길을 재촉하더라.
갈색 시절 점점 번져가니
드높은 대자연 은혜 힘입어
들녘마다 오곡백과 무르익어갈 짬에
늦장마 싹쓸바람 훼방꾼 역할 충실하지.
점점 길어질 야밤중에
밤이슬 몰래몰래 벌판을 메워가고
구슬픈 귀뚜리 울음은
사랑방 식객의 가슴을 후벼파누나
텃새들 둥지 보수 공사 충실하고
먹이 저장에 열중하니
몇 달 며칠 더부살이 지친 나그네새
본향 찾는 날갯짓 나날이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