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콘크리트 숲 사이

松竹/김철이 2024. 9. 1. 17:46

콘크리트 숲 사이

 

                                松竹 김철이

 

 

불그스레

뒷짐 진 계절 허리 펴고 쉴 적에

세월을 닮은 노파

앞서 놓쳐버린 청춘을 애써 잡으려는 듯

지팡이 없이 대로를 누빈다.

 

시선이 멈춘 그곳엔

인적이 드물고

맞은편 아파트 층층이

유령이 출몰할 듯 정적만 흐른다.

 

또래 두 동심은

무엇이 그리도 심각한지

올지 오지 않을지도 모를

세상 갖은 걱정 다 품은 듯

표정마다 발그스레 인생사 짓는다.

 

꼿꼿이 선 빌딩 숲 사이

노인은 느릿느릿 한가롭고

아이들 고함은 고막을 찢는데

풍광은 쫓겨가듯 심히 을씨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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