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이 찾아오시는 창조적 방법
“어떻게 살지? 미술이 내 인생의 최선이 맞나?”를 고민 하며 절도 찾아가고, 머리 깎고 산으로 들어가겠다며 스 님을 붙들고 떼쓰고 소란을 피우던 시절, 불교에 깊은 영 향을 받고 ‘관계’라는 주제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열 심히 관계를 맺어 가면서 일단 살아가 보자.’ 이렇게 살아 갈 구실을 찾아보기로 하고 그 주제를 표현할 매개로 못 을 활용했습니다.
그렇게 못에 빠져있던 시절, 친구가 인생 처음 사게 된 작은 한옥을 방문하게 되었지요. 못을 생필품들 걸개로 삼고, 못에 전선줄들을 걸어 졸대를 대신하는 등, 온갖 기 능들을 못으로 대체하여 사방이 못들로 꾸며진 그 집은 내 평생 못으로 씨름하면서도 생각지 못한 발상들이 생활 로 숙성된 절실함으로 자리잡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몇 세대를 거쳤는지 알 길 없을만큼 사이즈와 두께, 못 머리 등의 디자인들이 사뭇 다르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서 로 녹이 슨 수준이 다른 것에 이르기까지 세월의 급이 보 였습니다. 사람들에게 이 ‘못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떠올랐고, 저는 친구의 양해를 구해 <못 나 눌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마련했습니다. “회생 과 부활의 못. 용서와 속죄의 못. 못 나눌 이야기는 하느 님을 중심에 모시고 나누는, 서로를 알아보고 엮어가는 자리가 될 듯합니다. 지금은 알 수 없는 그분의 계획된 앞 일들에 대한 설레임을 가득 담아 소식을 전해봅니다.”라 는 인사말로 초대장을 썼습니다. 사람들을 초대하고 한옥 대청마루에 예수님 제자의 숫자만큼 의자 12개만 깔고, 음식은 빵과 와인으로 사람들과 못 나눌 이야기를 나누던 3일간의 전시였습니다. 못으로 시작했지만, 우리는 하느 님을 고백했고, 죽음과 부활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채운 3일째, 느닷없는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 다.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선생님이셨습니다. “젬마! 성모 님 하나 모셔야겠다. 1미터 20센티 되는 큰 성모상이야. 내 친구 불자가 해외서 불상들을 콘테이너로 실어 왔는데 불상들 사이에 성모님 성상이 끼어 왔대. 지금 그 친구가 그 성모상 보고 놀래서 어디로 보내야 하나 쩔쩔매고 있 어. 젬마가 모셔라.” 어머나, 이럴 수가! 3일간의 전시 마 지막 날에 성모님께서 저를 찾아온 것입니다. 그렇게 만 난 성모님은 지금 제 작업실 입구에 함께 계십니다. ‘성모 님이 이렇게 직접 찾아가시는구나. 배 타고, 콘테이너 안 불상들 틈에 무임승차하셔서 사람을 통해 전화 한 통으로 갈 곳을 이리 찾아가시는구나.’ 그 성모님을 향해 오가면 서 기도를 안 할 수 없었습니다. 제 작업실에 오는 이들도 이 성모님을 보면 하느님을 고백합니다.
때로는 크기도 제 역할을 한다는 점, 이 기회에 보태어 말하고 싶습니다. 집에서도 성상을 자신있게 좀 크게 모 셔 보세요. 기도 안 하는 게 되게 신경 쓰여요. 눈에 담기 면 맘도 따라가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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