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그리스도인의 시각(視角) | 박성태 마태오 신부님(반여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4. 7. 27. 10:15

그리스도인의 시각(視角) 

 

                                                                박성태 마태오 신부님(반여성당 주임)

 

 

예수님께서는 눈을 드시어 많은 군중이 당신께 오는 것을 보셨습니다. 안타깝게도 군중은 참으로 많은데 그들이 먹을 빵은 너무나 부족한 상황입니다. 굶주림 이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는 입장은 예 수님도 제자들과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 해결 방법은 예수님과 제자들의 시각(視角)이 완전히 다릅니다.

 

필립보가 먼저 해결 방법을 제시합니다. “저마다 조 금씩이라도 받아 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 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요한 6,7) 이는 엄청난 비 용이 발생하기에 안타깝지만 각자도생하도록 하여 도 덕적인 죄책감에서 벗어나자는 의견입니다. 이어서 안드레아가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요한 6,9)라고 말하지 만 역시 체념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안드레아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하고 체념해 버렸던 바로 그것을 아주 귀하게 여기십니다.

 

때로는 문제 해결에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예상될 때는 과감한 포기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버리 면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문 제 해결이 아니라 현실 외면에 따른 자기 위안에 불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굶주리는 저 군중들에 대한 ‘가엾은 마음’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이 마음이 없으면 아무리 물질적인 여유가 많아도 도움을 줄 수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 ‘가엾 은 마음’을 항상 간직하셨고 그 마음으로 굶주린 군중 을 끝까지 보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빵을 손 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나 누어 주셨다. 물고기도 그렇게 하시어 사람들이 원하 는 대로 주셨다.”(요한 6,11)

 

예수님께서는 늘 감사하고 기도하며 가엾은 마음으 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지니신 분이십니다. 이것이 바로 세상과 이웃을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의 시각(視角)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