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성령을 받아라” (요한 20,22) | 이준 대건안드레아 신부님(교포사목(미국 펜서콜라-탤러해시)

松竹/김철이 2024. 5. 20. 10:15

“성령을 받아라” (요한 20,22) 

 

                                                   이준 대건안드레아 신부님_교포사목(미국 펜서콜라-탤러해시)

 

 

 

오늘은 성령께서 세상에 내려오심을 기념하는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구원 의 역사는 강림降臨, 곧 ‘내려오심’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부께서는 모 세와 예언자들에게 말씀으로 내려오셨고, 성자께서는 사람이 되시어 하늘에서 땅 으로 내려오셨고, 오늘 성령께서 우리에게 내려오심으로써 하느님의 강림 역사를 완성하십니다. 그렇다면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어떻게 오실까요?

 

먼저 성령은 ‘바람’처럼 오시는데, 바람은 성경에서 ‘숨’을 의미하고 숨은 숨 쉬 는 이의 ‘영’을 상징합니다. 창세기에서 알 수 있듯이 하느님의 영에서 인간의 생 명이 시작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성 령을 받아라”고 말씀하십니다. 죽음에서 부활하신 당신의 숨이 우리를 죽음에서 다시 살리시는 성령이십니다. 삶이 생기를 잃고 숨 막힐 듯 힘이 든다면, 그때야 말로 하느님의 영이자 예수님의 숨인 성령께서 우리에게 오시길 청할 때입니다.

 

둘째, 성령은 ‘불꽃’의 모습으로 오십니다. 성경에서 불꽃은 모든 것을 정화시키 는 ‘힘’이자, 어두운 곳을 밝게 하는 ‘빛’이고 가슴을 관통하는 ‘사랑’을 상징합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했다고 하지만, 사람 사이에는 여전히 냉랭함이 흐 르는 야박하고 어두운 모습이 있습니다. 탐욕도, 성냄도, 어리석음도 다 불태우고 깨끗이 씻어주는 불꽃, 서로를 따뜻하게 받아들이며 환하게 빛나는 사랑의 불꽃 으로 성령께서 임하시길 간청하면 좋겠습니다.

 

바람과 불꽃에 이어 성령은 ‘혀’의 모양으로 오십니다. 성경에서 혀는 ‘말씀’을 상징합니다. 성령이 혀의 모양으로 오셨다는 표현은 곧 성령께서는 말씀이신 ‘그 리스도의 영’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성령을 예고하시며 “진리의 영이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말로써 다 른 이에게 용기를 주는가 하면, 상처를 주기도 하고,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 기도 합니다. 말 많은 세상에서 무엇이 나의 삶을 구원하는 말씀일까요? 진리의 말씀을 들려주시고 사랑의 말을 나누도록 성령께서 매일 우리에게 오시기를 청하 면 좋겠습니다.

 

내 힘으로 애써서 혼자 잘 살아보려는 노력은 점점 우리를 늪처럼 근심과 걱정 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그러므로 가득 찬 근심과 걱정을 이제 성령께서 ‘불길’로 태 우시길 기도합시다. 두렵고 부끄러운 우리의 죄악을 세찬 ‘바람’으로 쓸어버리시 길, 그리고 죽어가는 우리에게 주님의 ‘숨’을 불어 넣으시길 기도합시다. 불통의 세 상을 ‘혀’와 같은 말씀으로 소통시켜 주시길 주님께 청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성 령의 힘으로 서로를 받아주고 용서할 때,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새로운 세상이 가 까이 다가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