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 양해룡사도요한 신부님(제13 관악지구장)

松竹/김철이 2024. 5. 3. 18:00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양해룡사도요한 신부님(제13 관악지구장)

 

 

저는 지구장이 되고 난 후, 본당 사제일 때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신앙인들을 바라보면서 사람들 사이의 관 계 문제를 좀 더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오늘 복음 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 한 15,12)는 명령을 신앙인들이 어떻게 실천하면서 살아가 고 있는지 묵상하게 됩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관계의 대상은 배우자일 것이고, 다 음은 자녀이며, 마지막으로는 부모님일 것입니다. 과연 배 우자를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 것처럼 지금도 사랑할 수 있 을까요? 저는 다소 회의적으로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거침없는 말투로 대하고, 때론 화해하면서 살고 있지 만, 그 상처가 마음속 깊이 남아 결혼을 후회하는 마음이 몰려올 때도 있을 것입니다. 자녀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들이 커가면서 부모와는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 게 되고, 세대와 문화 차이가 점점 더 벌어져 아예 대화가 불가능한 한계점까지 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에 대한 존경과 공감이 점 점 사라지고, ‘효’라는 도리가 우리와는 멀어지게 됩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일상 을 살아간다면 예수님과 관계도 요원하게 됩니다. 관계없 이는 살아가지 못하면서도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우리 가 과연 어떻게 이 관계를 잘 맺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오 늘 복음에서 그 해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너희는 내 사 랑 안에 머물러라.”(요한 15,9)라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것 입니다. 이는 관계를 위해 가장 우선시해야 할 점이 주님 의 사랑을 언제나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 사랑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 껴야 합니다. 그래서 기도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여기 에서 중요한 말씀은 “머물러라.”입니다.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입술로 바 치는 기도 외에도 감성적이고 공감하는 기도가 절대적으 로 필요합니다. 그것이 성체조배일 수도, 시간 전례(성무일 도), 혹은 묵주기도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으로든 시간을 내서 그분의 사랑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럴 때 모든 관계 가 좋아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과 함께 머물면서 모 든 관계를 정리한다면,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 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11)라는 말씀 처럼 주님의 기쁨으로 충만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의 수많은 관계에서 오는 미움이 기쁨으로 변화되고, 사랑으 로 변화하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어떤 적대적 마음 도, 미움도 사라지게 되고,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 는 것”(요한 15,13)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부활 제6주일에 우리는 사람들과 관계 때문에 아파하 지 말고, 먼저 주님을 사랑하고 그 안에 머무는 삶을 살아 가도록 합시다. 그러면, 이웃간의 관계를 넘어 부활의 감 동이 우리 삶 속에 더욱 넘쳐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