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십자가를 진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구원된 것은 세상 전체였다. | 김정현 마태오 신부님(후포 본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4. 3. 22. 10:30

십자가를 진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구원된 것은 세상 전체였다.

 

                                                                                    김정현 마태오 신부님(후포 본당 주임)

 

 

오늘을 시작으로 우리 교회 안에서 가장 거룩한 시 간들이 진행됩니다. 목요일 저녁엔 예수님과 제자들이 마지막 만찬을 갖습니다. 그곳에서 예수님께서는 성 찬례를 제정하십니다. 그리고 그 밤에 찬미가를 부르며 올리브 산으로 가십니다. 올리브 산 겟세마니 동산에서 십자가의 길을 앞두신 예수님께서는 공포와 번민에 휩싸이시어 제자들에게 함께 깨어 기도하자고 하십니다. 곧이어 배반자 유다를 앞세워 군사들이 들이닥쳤고 예수님께서는 빌라도 앞에 끌려가 심문을 받으십니다. 군중의 아우성에 빌라도는 예수님을 십자가형에 내어놓게 됩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께서는 금요일 오후 3시경에 숨을 거두십니다. 무덤에 묻히신 예수님께서는 안식일 다음 날, 즉 주간 첫날 부활하십니다. 이것이 이 성주간에 이루어지는 일들입니다.

 

1970년 12월 7일, 당시 서독의 총리였던 빌리 브란트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폴란드를 방문하자마자 곧 바로 국립묘지로 향했습니다. 그곳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를 침공한 독일군이 수많은 사람을 죽인 것을 기리기 위해 만든 추모의 묘역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위령탑 앞에 선 빌리 브란트는 탑 앞에 헌화하고 잠시 묵념을 하는가 싶더니 털썩 무릎을 꿇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했습니다. 추적추적 오는 빗속에서 그는 좀처럼 일어나지 못 하고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오랫동안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건 독일 나치에 의해 희생된 폴란드 유 다인들에게 올리는 진심 어린 사죄였습니다. 며칠 후 세계 언론들은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일 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라고 평했습니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낮은 모습으로 오셔서 스스로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어깨에 지신 것은 단순한 사형 형틀이 아니라 세상의 죄악이었습니다. 그분으로 말미암아 십자가는 사형 형틀에서 구원의 상징이 되었고, 죽음이 생명이 되었으며, 패배가 승리가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 제사에 대해 바오로 사도는 로마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많은 이가 죄인이 되었듯이, 한 사람의 순종으로 많은 이가 의로운 사람이 될 것 입니다.”(로마 5,19)

 

이제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극적인 반전이 시 작되는 “성주간”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성주간에 우 리는 파멸과 구원, 죽음과 생명, 패배와 승리라는 단 어를 깊이 묵상하며 더욱더 거룩하게 보내야 합니다. 반전이라는 것이 내 안에서부터 일어날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십자가를 향해 들어올려야 합니다. 내 자신이 변화됨으로써 내 주변이 밝아질 수 있다는, 그리고 새롭게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변화된 것은 나 하나였지만 새로워진 것은 내 주위 전체였고,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습니다. 그리고 십자가를 진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구원된 것은 세상 전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