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주저앉아 있지 말고 허리를 동여매고 일어납시다! | 신희준루도비코 신부님(양천성당 주임신부 겸 제18양천지구장)

松竹/김철이 2024. 2. 1. 10:00

주저앉아 있지 말고  허리를 동여매고 일어납시다! 

 

                                                                        신희준루도비코 신부님(양천성당 주임신부 겸 제18양천지구장)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영화 <기생충>의 명대사 혹 시 기억하시나요? 이 대사를 떠올릴 때마다 참 모든 게 계획 대로 순조롭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 다. 우리 삶에는 언제나 생각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 이니까요. 누가 알았겠습니까? 지난 몇 년간 코로나 때문에 미사가 중단되고 성당 문이 닫힐 줄을 말이죠? 좋아하는 부 모 형제와 자녀들을 몇 년이나 만나지 못하고, 사랑하는 이들 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게 될 줄을요. 또 사랑하는 이들이 투 병 중에 있는데도 찾아가지 못하게 될 줄 누가 미리 알았겠 습니까?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오는 외로움 과 무력감에서 벗어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을 누가 알 수 있었 을까요? 하지만 우리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생각지 못한 긍정적인 일들 도 일어나니까요. 예를 들자면, 교우들과 매일 미사를 바치 지 못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져 매일 미사에 소홀했던 저 자 신을 반성하고 미사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시몬 베드로의 장모가 앓고 있다가 병 이 나으면서 바로 봉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 고 안주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서 복음을 전하고자 하 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도 온갖 일에 힘들거나 실망해서, 혹은 분노하거나 아파 서,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더 러 “허리를 동여매고 일어나”(예레 1,17)라고 하시는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오늘 여러 본당에서 새신부님들의 첫 미사가 봉헌될 것 입니다. 새롭게 사제 생활을 시작하는 그분들이 주님 은 총으로 언제나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 든 일이 그렇듯이, 언제나 꽃길만 걷는 삶이란 없지 않을 까 싶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새신부님들이 가는 길에 서 발목을 잡는 일이 간혹 생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 럴 때 실의나 분노, 절망이나 슬픔에 빠져 주저앉아 있지 말고, 오늘 복음 말씀의 예수님처럼 분연히 일어나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그래서 사제의 신분으로 주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동반(同 伴)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문득 시몬의 장모가 되어 봅니다. 앓고 있던 열병에서 낫자마자 예수님 일행의 시중을 든 그녀는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하였을까요? 한동 안 앓아누워 있었던 그녀가 조금 더 누워 쉰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다른 시 각으로 본다면, 일어나 봉사하면서 그녀는 아팠던 기억을 뒤로 하고 새로운 기쁨과 행복을 맛보고 싶지 않았을까 싶 습니다. 우리도 어떤 일로 주저앉아 있다면, 그녀처럼 분 연히 일어나 다시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해야 할 것입 니다. 주님 앞으로 나아갈 그날까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