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부끄럽지 않은 신앙인으로… | 이화상 요한보스코 신부님(봉산동 주임)

松竹/김철이 2023. 9. 17. 08:20

부끄럽지 않은 신앙인으로…

 

                                                                      이화상 요한보스코 신부님(봉산동 주임)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 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이기에, 103위의 순교 성인들만을 기억하 는 날로 여길 수도 있겠 지만, 이 땅에 세워진 교 회는 103위의 순교 성인 들만 계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무수히 많은 순교 성인들이 그리스도께 서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놓으셨던 것처럼, 주 님만을 따르고자 자신의 생명을 버리고 자신의 십자가 를 기꺼이 짊어진 그 위에 세워진 교회입니다. 더욱이 순교 성인들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보다는, 자신의 목숨을 잃을 것을 각오하면서 모든 것을 내어놓았습니 다. 왜냐하면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 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 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었 기(로마 8, 38-39 참조)” 때문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으로 인 하여 이 땅에 순교의 열정이, 순교의 꽃이 만발할 수 있었던 것이며 그 어떠한 시련rhk 역경에도 다시금 일 어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신앙의 뿌리는 전혀 얕지 않고, 오히려 깊고 넓게 퍼져 있습니다. 그러기에 2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굳건하게 서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세워진 교회가 오늘날에는 오히려 바 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서 있는 것이 아픈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굳건하게 서 있 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앙의 선조들이 주님의 말씀을 당당하고 확신에 찬 모습으로, 희망을 안고 기쁘게 받아들였듯이, 주님의 말씀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야 합니다. 사실, 주님의 말씀은 우리 삶에 있어서 주춧돌이 되며 지침서와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일상의 삶을 살아가면서 시련, 역경, 환난, 위험 등이 닥쳐와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이 가득 찬 삶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십자가를 기꺼이 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십자가는 영광의 상징이며, 우리를 하 느님께로 이끄는 사다리이며, 다른 누군가가 대신 짊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우리 안에 순교 성인들처럼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채워져 있으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다 시금 굳건하게 서 있는 교회의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순교 성인들처럼 주님과 주님의 말씀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십자가를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사랑에 인색하지 않는 신앙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럴 때 우리 삶은 풍요로워지고 삶의 자리는 기쁨으로, 행복 함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그런 날을 기대하며 한 주간 희망차게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